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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감정 때문에 힘든 걸까 - 행복을 부르는 감정조절법
김연희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노여움을 느끼거나 두렵거나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항상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숨겼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타인이 알아채는 것이 싫고 불편했고 때로는 부끄러웠다. 그래서 늘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즉 센 척을 하며 살았었다.
그래서 어쩌면 화가 나 있어도 괜찮은 척 함으로써 참을성과 인내심 많고 마음이 넓은 듯이 보여지고, 너무 기뻐하지 않음으로 가벼워보이지 않고, 슬퍼도 눈물 흘리지 않음으로 냉정을 유지하고, 당황하지 않음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꽤 있는 것처럼 보여졌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것을 의도하여 계산하고 했던 행동은 아니었고 실제로 내가 그렇게 보여졌을지에 대해서도 사실 알 수는 없다. 그냥 그렇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나는 오히려 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때론 비겁하다고 혹은 가면을 쓰고 있다고 느끼며 자책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타인이 내 마음을 알아채거나 읽는 것이 싫었고 좀처럼 표정이나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자신의 감정을 격렬하게 드러내고 숨김없이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참 솔직해 보였고 그 점이 부러웠다.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이 내겐 자신감의 표현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부러우면서도 나는 그렇게 못했지만 나는 그런 모습을 솔직함으로 느끼고 나와 반대되는 성향의 그들을 참 좋아했다.
그러다 20대 중반쯤 한꺼번에 여러가지 힘든 일이 한꺼번에 닥친 일이 있었다. 감정을 숨겨야겠다고조차 생각해 보지 못했으나 늘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왔던 탓인지 내가 내 감정의 상태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다. 그저 너무 힘이 들어서 벌어진 모든 일을 부인하고 싶었고 회피하고 싶었다. 내 감정은 둘째치고 그 일들을 피해 정말 땅으로 꺼져 버리고 싶기만 했더랬다. 사실은 모두 감정을 다친 문제였는데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오질 않았고 그런 문제들을 마주해 본 적이 없었던 탓에 그 일들을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그 감정들을 다스릴 힘도 없었고. 그렇게 무려 몇년을 앓았다. 내 상태가 어떠한지 그냥 덮어둔 채로. 겉보기엔 문제 없어 보였으나 결코 그게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계기였는지 모르겠으나 그제야 '내가 아프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나 깊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살아가고 있었는지에 대해 인정했고 받아들였고 그제야 내게 벌어진 일들을 이해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의사'를 만나야겠다.는 것이었다. 의사를 만나야겠다고 내 감정을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인 순간부터 뜻밖에도 치유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내 감정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감정을 숨길 때보다 훨씬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지만 사실은 감정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으로 변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쓴 책 중 나로서는 가장 이해하기 쉽고 마음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던 책이다. 내가 느끼는 슬픔, 분노, 불안, 시기 질투, 열등감, 외로움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고 감정소화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감정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자주 체감하는 바, 감정을 잘 이해하고 다스려야만 하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데에 도움이 되며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