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주서는 용기 - 하버드대 10년 연속 명강의
로버트 스티븐 캐플런 지음, 이은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보통 나는 제목이나 소개글 또는 작가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는 편인데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목이 아니라 그 곁에 쓰인

<하버드대 10년 연속 명강의>라는 문장이 주는 후광효과 때문이었다.

내가 하버드는 다녀보지 못했을망정 하버드에서 10년이나 강의를 했다는 사람의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인 <나와 마주서는 용기>는... 음, 나와 마주서는데에 용기가 필요한가?!

나와 마주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를 마주서서 바라본다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자세히 보고 알자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아마도 그렇겠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자신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어떤 일을 할 때에 행복한지,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인생인지, 그 '무엇'을 이루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인생을 살고자 하는지 등에 대해 사실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깊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삶을 주도적으로 잘 이끌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살다 허무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이고 그래서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면서 뭔가를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진짜 "나"를 찾고 바로 아는 것에 왜 "용기"가 필요한지는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러나 나를 바르게 알고 진짜 나를 찾는 것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실질적인 제안과 지침서가 되어줄 것 같다.

다만 제목은 원제인 What you're really meant to do.가 더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 내게는...

20대 초반에 이런 생각들을 해 본 적 있다.

내가 이 세상을 몇 년이나 살다 가게 될까?였다. 그리고 나는 그 동안 몇 명의 사람과 만나고 몇 명의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최소한 서로 얼굴과 이름 이상을 아는 경우)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고, 내가 직접 내 두 발로 밟고 걸어볼 땅이 평생 얼만큼이나 되겠나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었다.

그랬더니 참 보잘 것 없더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의학의 힘을 빌려가며 꾸역꾸역 산다고 해도 120년을 살면 해외토픽에 오를 만큼인 게 삶의 길이인데 그 동안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더라도 나이를 먹을수록 관계를 지속해 갈 사람은 특별히 많지 않고, 내가 두 발로 밟고 다니는 땅도 참 보잘것 없고, 남들보다 엄청나게 많이 먹거나 적게 먹거나 하지도 않으며 ... 넓게 보니 다 비슷비슷한 게 사람 삶이더라는 것.

읽는 책도 그렇다. 일년에 백 권씩 읽는다해도 백 권씩 백년을 꼬박 읽어야 만 권이다. 읽고 배우고 알게 된 만큼 내 삶에 적용하며 내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보장도 사실 딱히 없고. 그렇게만 보면 인생은 참 그랬다.

하지만 그런 인생, 그런 삶 하나하나가 사실 또 얼마나 귀한가. 차이가 없는 가운데 우리는 또 ​얼마나 서로 다른가. 역량도 다르고 그릇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고 장단점도 다르고 강점과 약점도 다르고 말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에 대해 보다 더 잘 알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무엇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결정의 순간이 오면, 혹은 어떤 일부터 해야 할 지 차례를 정해야 할 때가 되면, 혹은 해마다 연말이 다가올 때쯤 - 내 경우엔 11월- 이 되면 커다란 백지 한 장을 꺼내 놓고 적어보곤 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하고 싶지 않은 일, 하지 않아도 될 일, 할 수 있는 일, 도움이 필요한 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나의 강점, 약점, 장점, 단점, (특정 일이 있다면 그 일에 있어서만 생각해 보기도 하고, 넓게 두루 보고 적어보기도 하고)들을 적어보았다.

그 다음으로 연중계획, 월 계획, 주 계획, 일 계획을 세세히 적었다. 큰 목표가 정해지면 그에따라 수행해야 할 행동목표와 방법까지.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가까이 가족부터​ 친척, 친구, 이웃, 지인, 초중고등학교 은사님들까지)에게 내가 어떤 것을 해 드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며, (그래봤자 먼저 기념일이나 명절 때 인사드리고 챙기는 거 정도였다. 편지, 전화, 간단한 선물...), 하고 있는 공부들은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과목별로, 경제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

그 계획들을 실행해 나가면서 반드시 반성도 했다. 잘 해 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 그렇다면 왜 할 수 없었는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당장 고칠 수 있는 것이면 당장 고쳤고, 미루었던 일이 있다면 그 다음에라도 했다.​

그땐 잘 몰랐지만 그게 내겐 참 도움이 많이 되었지 싶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보다 많이 생각하고 알게 된 계기도 되었고.

열심히 살았던 만큼 삶에 있어 힘도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그렇게 보게 됨으로써 나 아닌 타인의 삶에 대해서도 그만큼 귀하게 여기게 되었던 것 같다. ​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한 것은 안타깝게도'재미가 없다.'였다. 내가 너무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건지 모르겠다. 어떤 이에게는 특별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도 같은데 좀 더 재미있게 쓰여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싶다. 뭐... 나만 재미없었는지도 모른다. 재미는 없었지만 유익한 책인 건 분명하다. 어쨌거나 이 책에서는 나 자신을 제대로 바르게 아는 것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지닌 자신만의 잠재력에 도달할 수 있는 방향 안내 혹은 지침서가 되어 줄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총 8장에 걸쳐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뭘 해야 할 지, 하긴 해 왔는데 그리고 남들에게서는 인정도 받았는데 뭔가 허무하고 길을 잃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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