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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방법 - 잊지 않으려는 기록
유시민 외 지음, 이동호 사진 / 도모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전 기혼자인 유명 연예인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여자들과 부적절한 문자를 주고 받는가하면 그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던 것으로 함께 있었던 그 여자들에게서 협박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거액을 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문자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결국 협박을 했던 그 여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 일이 또 있었다. 이번엔 어느 재벌남이 그런 협박을 당했다.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거액을 달라고 했다한다.
요구액이 너무 많고 또 자주 요구하는 바람에 그 재벌은 신고를 했고 협박을 했던 사람은 고소당했다.
협박을 하는 건 물론 옳은 일이 아니다.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낯뜨거운 문자를 보냈다는 장본인과 그런 동영상에 찍힌 사람은 그냥 잘 사는 것 같다.
내가 그 사건의 전말을 잘 모르고 있는건가? 그 배우와 그 재벌3세라는 사람이, 없는 문자와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했던건가?
그냥 그 여자들이 유명인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고 자작극을
펼쳤던건가?
아님 기혼자라 해도 그런 정도의 문자쯤은, 어떤 부적절한 관계쯤은, 어떤 낯뜨거운 동영상을 찍는
것쯤은 처벌을 받을 만큼 잘못한 일은 아닌건가?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명예가 실추되고 지탄을 받았으니 그런 정도면 충분히 잘못에 대한 처벌을
받은 셈인건가?
왜 그 연예인과 재벌3세는 감옥에 가지 않느냐고 따지는 게 아니다. 다만 결과만 놓고 보니 그런
문자를 보내고 그런 영상을 찍고 놀만큼 놀았던 그들은 아무일 없었던 듯이, 오히려 본인들이 대단히 억울한 일 당한 듯이 지내고 있는 것이 적잖이
당황스러워 그렇다.
최근 벌어진 일만 두고 생각해 본 건데 비약인지 모르지만 우리사회는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잘못한
것 없다고 큰소리 치는 것 같단 생각이 들곤한다. 사람을 죽이고도 경찰의 대응이 잘못되었고 자신도 피해자라며 사회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실은 이런 개인적인 일 뿐 아니고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도 그러는 걸 우리는 경험하며 살아왔다.
심지어 명백히 잘못했던 과거를 두고도 정권을 잡은 사람들에 의해 미화되고 오히려 정반대의 양상으로 바꾸어 놓는 것마저 보게 되는 게
현실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사회,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사회, 공평한 기회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아이들은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 할지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2014년 4월 16일
TV를 통해 커다란 배가 침몰하는 것을 다같이 무기력하게 바라보았다. 구조를 위해 수많은 배와
비행기가 현장에 투입되었고 활발한 구조작업을 밤낮으로 하는 중이라는 보도와 달리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까지 구조를 위해 투입된 인원은 형편없이
적었다.
왜?!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왜, 하지 않은 구조를 했다고 거짓말을 했는가!
왜, 자비를 들여 돕겠다고 생계를 팽개치고 달려온 사람들을 돌려보냈는가!
왜, 다이빙벨을 설치해 구조를 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했는가! 왜 국가가 갖고 있는 다이빙벨은
제때에 사용하지 않았는가!
왜, 구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던 사람을 잡아다 가두었는가!
왜, 특별재난구역으로 정해놓은 후 고립시키고 방치했는가!
왜, 그 많은 국민이 그런 참사를 당했는데 국가적인 애도 한번 없이 입 다물라, 잊으라
말하는가!
왜, 유가족이, 국민들이 진실을 요구할 지경에 이르러야 하는가! 국가가 먼저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가장 안타까워하며 발벗고 나서야 하는거 아니었던가!
왜, 국민들이 이런 참사를 덮이지 않게 하려 이토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진실을 밝히고
전해야 할 임무를 가진 언론들은 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잊지 않으려는 기록, 기억의 방법. 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발간되었다. 이웃이신 열혈곰탱님, 이동호
사진작가님의 책이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고, 유가족들의 동의하에 만들어진 책이다.
정치인이자 작가인 유시민, 방송인 김미화, 前 창원지법 부장판사 이정렬, 해설위원 김남훈, 팩트
TV 보도국장 정운현, 국민 TV 아나운서 문희정, 노무현재단 노무현사료연구센터 본부장인 김상철, 국민 TV 라디오 국장 김용민, 동두천
나눔의집 신부님이신 김현호, CBS 대기자 변상욱, 오마이컴퍼니 매니저 이민재님의 글들이 사진 사이사이 들어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정리하고 애도하고 기억하려 애쓴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다 읽고
나도 참담함은 가시지 않는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 없고,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어서겠다.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 할 사람들은 잊자 하니, 위로 받고 치료 받아야 할 사람들이 기억하기 위한
그리고 되풀이되는 일을 막기 위한 노력을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데에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하는걸까.
이런 참사가 있었음에도 정부와 권력에 대한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연말정산과 각종 증세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30% 아래로 내려갔다.
참..... 대단하다. 참 슬프고 참 환멸이 느껴진다.
그게 현실이니 직시하고 살아야겠구나 싶을 뿐.
그럼에도 타인의 불행을 나의 일처럼 여기며 마음을 모으고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잊지 않을 것이다.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4월16일이며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촛불은 더 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