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유럽 도시 읽기 - 건축가 동생과 책벌레 누나 33일간 1800km 자전거 여행을 떠나다
이용수 지음, 이정은 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건축가 동생과 책벌레 누나의 33일간 1800Km 자전거 여행.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말 딱 그 설명대로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나는 어째서 자꾸만 이런 류의 책에 끌리는건지. 돌아보니 세계여행을 책으로 다니고 있다.

다녀온 곳을 추억하며, 언젠가 또 다시 가 볼 날을 기약하며.

작년 여름 유럽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여섯개국의 몇몇 도시들을 2주 못 되는 시간 동안 훅~ 훑고 온 여행.

우리의 여행도 목적에 충실했지만, 그래서 아까울 것은 없었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에도 내내 했던 생각이 다음에 다시 올 땐 이러이러하게 해 봐야지. 하는 것이었을 정도로 ​진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차로 이동하다 어느 유명한 지점에 내려 짧은 시간동안 빛의 속도로 스캔하고 도로 차에 올라타는 행군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가 볼 곳은 많지,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 그러다보니 불가피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서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광경만 보아야 하는 것이 아까웠고, 하나라도 놓칠새라 열심히 ​눈을 떼지 않았음에도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렇다고 차에서 내려 걸을 땐 좋았냐면, 물론 좋았다. 다만 걷는것은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과 들인 비용을 생각할때엔 효율적인 방법이 못 되었다. 그래서 계속 아쉬움이 따라다녔던 것 같다.

그렇게 여행했던 곳들은 잠깐씩 내려 머물렀던 곳들을 중심으로 점으로 남았다.

프랑스를 다녀왔어도 프랑스를 기억한다거나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들렀던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일부, 베르사이유 궁의 일부 이런식으로 그 지점들만이 남은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자전거로 보상한 여행을 이야기한 책이다.

건축하는 동생과 도서관에서 일 하는 누나가 함께 여행했다.

각자 가정이 있는데 마흔넘은 나이의 남매지간에 자전거 여행이라니...

내게도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같이 유럽 여행 가자 그래볼까?

동생은 배낭여행으로 상당히 길게 다녀와서 나보다 훨씬 유럽을 여행답게 다녀온 경험이 있고 영어도 잘 하니까 같이 가면 제법 도움이 되련만, 우리 둘 다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없다는 게 함정. ㅋㅋ 게다가 여기 등장하는 누나되시는 분은 요리도 척척 해 주시는 분이시더만 나는 요리꽝이라 내 동생이 나랑 여행 같이 가는 걸 싫어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아쉽군.​

나의 여행이 점으로 기억되는 여행이라면 이 남매는 점과 점을 잇는 선을 자전거로 만들어가며 유럽 4개국을 달렸다.

여행지가 아닌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여정을 한 것.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여행이야말로 좋겠구나 싶었는데 정작 읽다보니 체력이 여간 좋아야 가능할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테고 말이다. 나처럼 방향감각이 둔하고 길치인 사람은 과연 그런식으로 다닐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 안 통할까봐 아직 여행 경험도 없으면서 막 걱정.. 가끔씩 캠핑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썩 자신이 없었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렇게 여행다닌 사람들이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너도 나도 여행을 떠나지만 이런 여행은 또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리고 건축하는 사람이 여행하며 쓴 글이라 그런지 건축가들의 이야기와 건축물들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보다 더 전문적으로 담겨 있다. 나 같은 문외한은 같은 곳을 다녀와서도 "와 참 좋다, 멋지다" 정도로 느끼고 끝일것을 건축가의 눈으로 일부러 찾아가며 담아 온 곳과 그곳의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유럽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많은 나라들이 한데 붙어 있기 때문에 국경을 넘을 때도 자전거로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국경을 넘어가 접하는 나라는 분위기와 환경이 확연히 달라진다. 언어, 문화, 주거환경, 날씨, 자연경관, 그리고 법까지.

요즘은 유로화를 써서 조금쯤 통일감도 주지만 모두가 유럽연합에 가입된 것도 아니어서 가까이 붙어 있음에도 제각각 다른 나라들의 특색을 느끼고 즐길 수가 있다. ​

우리나라는 대륙에 한면이 붙어 있고 나머지 삼면은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이지만, 북한과 대치중이다보니 그냥 섬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우린 어느 나라를 가든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야만 하게 되어 버렸는데 사실은 통일국가였더라면 북한을 거쳐 중국 러시아를 통과 유럽까지 육로로 이동이 가능하다. 유로스타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면 무려 영국까지 배나 비행기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다는 사실.

무지막지 지루하고 힘든 여행이겠으나 암튼 그럴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현재는 비행기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고 외국이란 그렇게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지배적인데, 유럽은 국경 넘는 걸 옆동네 가듯이 할 수 있으니 우리로선 참 부럽고 신기해보이기도 한 일이다.

그렇게 보는 나라마다 색다른 문화와 건축양식을 선보이니 보는 이마다 느낌도 많고 느낀대로 할 말도 많아지는...

유럽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책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단 생각이.

이 책의 차별화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담은 유럽이야기 그리고 그걸 자전거로 여행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렇게까지 해 볼 재간이 없으니 책으로 간접경험을 하며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