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날의 크리스마스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최주언 옮김, 김선정 그림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내게 있어 크리스마스는 내 생일 보다도 더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날이다.

어릴 적 해마다 맞이했던 크리스마스마다의 추억들이 특별히 더 따스하고 빛나고 행복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눈이 와서 새하얗게 덮인 아름다운 화이트 크리스마스일 필요도 없고, 산타클로스의 선물로 두근거리는 크리스마스도 아니며 화려한 불빛으로 반짝이는 트리로 기억되고 있지도, 선물교환과 캐롤송으로 기억되는 것도 아니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추운날 꽁꽁 언 손과 발을 난롯가에서 모여 녹이며 성탄 예배를 위한 연극연습, 성가합창과 중창, 성시암송을 하며 보냈던 한달여의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그 하이라이트는 성탄절 이브이며 그것은 어린이부 성탄축하예배를 언제나 성탄이브에 했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한달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것들을 무대에 올리며 벅찬 감동과 은혜로 예배하고 나누는 기쁨과 감사로 참 행복했다.

내 유년 시절, 성탄을 준비하는 기간이 그렇게까지 길었던 것은 내가 준비해야 했던 순서들 때문만은 아니었고, 거의 일평생을 두고 교회 성가대원으로 섬기고 계신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비롯 친척분들 덕분이다.

그 시절이 지금보다 여유롭거나 시간이 넘쳐난 것도 아니었으련만 그때는 그렇게 정성껏 성탄절을 준비했었다.

겨울이 오면 매일 저녁 직장일을 마친 부모님께서 어린 우리 남매를 집에 따로 둘 수 없어 늘 데리고 교회로 가셔서는 성가연습을 하셨는데 나는 그 시간이 그리도 좋았다.

아주 캄캄해지고 몹시 추워질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어른들을 따라 온 다른 친구들과 놀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추웠던 날씨와 정반대로 참으로 따뜻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 크리스마스날이면 예수그리스도께서 왜, 어떻게 오셨으며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들로서 사랑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묵상하며 예배했고 오래오래 준비해 온 성탄 칸타타를 함께했다. 내가 연습한 것도, 내가 성가를 부르는 것도 아니면서도 벅찬 마음으로 함께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그렇게 좋고 따뜻하고 포근했던 기억들만 가득해서 나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잘 몰랐었다.

내게 있어 추운 날씨 덕분에 오히려 따뜻함이 무엇인지 그 귀함과 중요함에 대해 더 느끼는 계절이 겨울이고 크리스마스였다면 ​추운날이 그저 추운 그리고 견뎌내고 살아내야만 하는 배고프고 힘겨운 계절이되는 사람들도 있었던것이다.

빌딩이 높을수록 그늘이 깊어지는 법. 거리의 화려한 조명과 넘쳐나는 즐거운 캐롤송이 더 슬프게 여겨졌을 사람들도 있었던건데...​ 나는 그땐 미처 몰랐다. 알았다 해도 내가 짐작하고 헤아렸던 정도는 실제에 비해 참 미약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며 그제야 알아간 세상사의 고단함과 격차는 더 이상 크리스마스를 떠들썩하게 즐기는 날로, 기쁨으로만 가득한 날로만 보낼 수 없게 해 주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야말로 더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뜻깊은 날이 되어주었다.

이 책도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사실 여섯 날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으로 엮인 여섯편의 단편들을 읽기 시작할땐 그래도 기쁘고 즐거운 그리고 따뜻한 성탄절을 떠올리고 기대하며 읽었었다. ​

여섯명의 작가가 쓴 여섯편의 단편을 모아 만든 책인데 제목에 특별히 크리스마스가 들어간 것은 이 단편들이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관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닙시의 크리스마스> (야콥 리스),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라면> (윌리엄 딘 하월스), <크리스마스 선물> (오 헨리), <네 번째 동방박사 이야기> (헨리 반 다이크), <크리스마스 아침에> (그레이스 리치몬드),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찰스 디킨스) 이렇게 여섯편이 있다.

잔잔하고 아프고 그래서 더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 즐겁고 들뜨고 신 나는 이야기들이 아니어서 읽는 동안 한 켠 마음이 아렸다. 그래서 재미없었다. 나는 우울해지려고 이 책을 집어든 게 아니었단 말이지... 나는 그냥 따뜻하고 마음에 불을 켠 듯한 그런 느낌을 기대했었단 말이다...

그래서 제목만 이렇지 굳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도 아닌 이 이야기들이 다 뭐란 말인가 하는 마음도 일었다. ​

하지만 이 소외되고 외롭고 힘겨운 이들을 더 돌아봐야 마땅한 날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는다고 어려운 이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야말로 언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더 필요한 날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