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짜 영어 공부 -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이혜영 지음 / DSL(뜨인돌) / 2014년 11월
평점 :
"태어난지 6개월쯤 되니까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8개월쯤 되니까 단어로 말하기 시작하고 돌 되기 전에 문장으로도 말하더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러니까 태어나 반년만에 말귀를 알아듣고 돌 되기 전에 문장으로도 말한 놀라운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
증거도 증인도 있으니 딴지 걸기 없기다.
요즘 같았으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출연하고, "스타킹"에도 나가고, 인터넷 기사로라도 한 줄 오르고 울 부모님이 SNS에도 마구 올려서 내가 영재라고 소문이 나며 유명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흠... 그 정도는 아닌가? ^^;
암튼 나는 남들보다 말이 아주 빨랐고, 다른 발달과정도 상당히 빨랐었다.
지금은 그렇게 빨랐던 아이도 이렇게 평범하게 산다는 걸 온몸과 내 평생으로 증명하며 살고 있을 따름이지만...
어릴때 발달과정이 남들보다 빠른건 키우는 사람에겐 편리한 일이겠고, 그대로 잘 키우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지도 모르나 내버려두면 나처럼(?) 된다. -_-+
나는 그렇게 특히 말이 빨랐는데 읽고 쓰고 말하는 걸 좋아해서 그랬는지 아님 정말 소질이 있었는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가장 즐겁고 쉽게 했던 과목이 국어와 영어 그리고 제2외국어로 배웠던 프랑스어였다.
잘했냐면? 글쎄... 뭐 적어도 성적은 곧잘 나왔다. 특히 국어나 프랑스어는 학력고사에서도 만점에 가까웠거나 프랑스어는 만점이었고 (몇 문제 안되고 쉬웠기 땜에 자랑할만한 일은 아닌..) 대학때도 프랑스어는 계속 A+였다. 영어도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단어시험을 보면 항상 만점이었고, 듣기평가를 해도 만점을 주로 받았고 그럭저럭 잘 따라갔었다. 대학, 대학원 졸업할때까지 영어는 계속 따라다녔는데 패스할 만큼씩(만)은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영어를 못하고 프랑스어도 할 줄 모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ㅠㅠ
심지어 영어는 내가 미국에서 살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잘 할 줄 모른다. 믿을 수 없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믿고 싶지도 않지만 어엿한 사실이다.
언어에 소질있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학교 다닐때 시험도 잘 치렀고 점수도 좋았는데 그거랑 내 영어랑은 완벽하게 별개더라는 슬프고 황당한 사실.
도대체 내 영어는 무엇이 문제인걸까? 어쨌거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고 나는 바보인가 보다 하는 결론을 내리며 영어는 뒷전으로..
그럴수록 더 열심히 문제점을 파악하여 노력했어야 했는데 내 능력이나 소질과는 상관없이 워낙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같은 책만 골라 읽으며 요행을 바라왔던 듯 싶다. 지름길은 없다고 나 스스로도 말해왔으나 정작 중요한 공부, 진짜 영어 공부는 해 본 적이 없더라는 것. 특히 외우는 거 싫어하고 생각하는 것도 싫어하다보니 저절로 될 리가 없는 언어는 내 삶 속에서 머릿속에만 묵직하게 자리한 채로 늘 제자리. 전혀 안 하는 게 아닌데도 진전이 없는채로, 자신없는채로, 그저 막연한 느낌으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으로만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진짜 영어 공부.는 블로그 이웃이기도 한 레몬쌤의 책이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진짜" "영어" "공부". 아아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 찔린다.
맞다. 나는 영어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하면서 읽었다.
사실은 블로그를 통해서도 봐 왔기 때문에 책은 익숙했다. 그래서 더 찔렸다. 누구는 이렇게 친절하게 방법까지 다 알려줘가며 영어 하나도 아니고 무려 73개의 언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와아 이런 분도 있구나, 이렇게 하면 정말 영어가 되겠는걸~ 하면서 내내 구경만 해 왔던 것이다.
그렇다. 우리집 책장을 보면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중에 한권이라도 제대로 붙들고 했다면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내가 레몬쌤 따라 할 것이냐 또 흐지부지 하고 말 것이냐에 달린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좀 다르다. 뒤에 트레이닝 북도 같이 있는데 본책도 트레이닝 북도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만 하면 된다, 몇개월만 하면 귀가 뚫리고 입이 열린다, 이것만 알면 응용이 된다.. 이런 것이 없다. 진짜로 영어를 공부로, 공부답게 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레몬쌤은 공부를 좋아하는 분이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과연 그 길고 긴 터널을 지나갈 끈기가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해봤다. 마침(?) 시기가 좋다. 새해를 맞이했으니 또다시 영어를 시작하기에 적합하달까. ㅋ 이젠 정말 하면 되는것이다. 레몬쌤 따라 사전에 색칠해가며,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박히도록 쓰고 또 써 가며 말이다.
레몬쌤은 글을 참 재미있고 끄덕끄덕하게 잘 쓰시는 분이라 책 읽기가 참 쉽다. 영어도 그렇게 수월하게 되는거라면 얼마나 좋을꼬...
트레이닝북에는 사전을 펼쳐 단어를 공부하는 법 부터 나와 있다. 단어장을 만들어 쓰는 방법도 알려준다. 전치사와 시제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고, 조동사, 불규칙 동사도 정리되어 있다. 문장 해석 순서와 문장의 형식, 각 동사와 그리고 부사, 숙어가 정리되어 있다. 본책에서 소개하는 영어책을 읽기 위한 단어들도 있고..
영어를 그동안 해 오면서도 가장 골치아프고 외우기 싫어서 미뤄두고 안 하고 넘어가던 것들만 어쩌면 이렇게 골라서 적혀 있는지 트레이닝 북을 보면서 내가 영어를 왜 못하고 있는지 알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나한테 달렸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
레몬쌤은 이렇게 책을 끝맺는다.
<그래도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공부해야 해요. 그게 제일 빠르고 쉬운 길이에요. 공짜 영어는 없답니다. 대신 헛된 공부도 없다는 걸 명심하세요!> 옳은 말씀이다. 해보자, 진짜 영어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