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 지구촌 학교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16
안선모 지음, 김석 그림 / 풀빛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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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해외여행은 자유로운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어린 시절 살던 곳은 지방 도시여서 외국인을 볼 기회도 흔하지 않았었다. 내가 아는 세상은 그래서 아주 협소했고 책을 통해 접하는 세계는 막연한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세계 여러 나라로의 여행을 동경했다. 부모님께서 항상 지구본을 꺼내놓고 짚어가며 내가 사는 곳과, 그 밖의 다른 나라들 이야기를 참 많이 들려주셨던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꿈을 참 많이 꾸었다. 부모님께 세계여행을 시켜드리겠다는 호기로운 장담도 했었는데...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우리나라가 아닌 또 다른 나라에의 관심은 여러이유로 자연스럽게 생겼었다. 책과 지도 그리고 지구본을 가까이 하고 살게 해 주신 부모님 덕분이기도 했고, 아주 옛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0여년도 훨씬 전에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왔던 간호사와 의사들을 통역하시다 대학병원 의사로 계시던 큰아버지께서 그 중 한분과 국제결혼을 하셨던 것도 큰 이유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병원에서 일했던 심장 전문의이자 한 집안의 장남인 큰아버지와 백인 미국인 간호사와의 결혼을 두말없이 허락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오히려 내가 이해 못했을만큼 그땐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고등교육을 받아 영어도 잘 하셨던 우리 할아버지는 그런 결혼을 허락하셨다. 갈색머리, 흰 피부, 푸른 눈을 가진 큰엄마와 혼혈이 된 사촌 언니들을 가진 이력 덕분에 아무래도 심정적으로 외국이 완전 별세계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지 싶다. 아는 건 하나도 없었음에도.

뿐만 아니라 큰이모부께서 근무를 일본에서 하신 덕분에 사촌동생들이 어릴 땐 일본어로 말을 해서 나의 관심은 세계로 늘 열려있었던 것 같다. 비록 내가 살고, 내가 아는 세상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외국으로의 출입, 외국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세상이 금세 되었다. 어릴땐 책으로만 배웠던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지금은 현실로 다가온다. 여행 정도가 아니라 가서 공부하고, 살다오고 혹은 아예 거기서 사는 일도 흔하게 되었으니.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살다 온 경험이 있고 거기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학교에 보낸 경험도 있으니.

둥글둥글 지구촌 이야기는 함께 사는 세상 시리즈로 발간되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내가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은 그 16번째 책, 둥글둥글 지구촌 학교 이야기이다.

학교... 나는 유감스럽게도 학교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어릴때 꿈은 교장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는데 교장선생님이 되면 학교를 없애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시험이라도 없앨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줄 알아서 그랬다. 학교를 없애려고 교장이 되려는 꿈을 꿨다니.. 어처구니 없지만 그런 생각을 했을 만큼 학교를 지긋지긋하게 여겼었다. 학기가 시작하는 첫날, 달력을 펼쳐 다음 방학까지 며칠이나 남았는지 헤아려 보는 게 나의 일이었을 정도였는데.

그러던 내가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엔 학교를 세우는 게 꿈인 사람으로 바뀌었더랬다. 학교를 세우긴 커녕 소박하게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암튼 그런 애증의 학교 이야기가 그것도 지구촌 각 나라의 학교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둥글둥글 시리즈를 읽다보면 늘 가만 앉아서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이 들곤 한다. 그 정도로 다채로운,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

그리고 이 학교 이야기를 읽다보면 학교 교육을 의무적으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부러운 환경을 가진 나라를 보며 우리의 개선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사진과 그림이 적절히 섞여 있어 글의 재미를 높여주고 생생함을 더 느끼게 해 준다.

어린 시절의 나를 닮았는지 우리집 둘째와 셋째는 학교를 몹시 싫어해서 ​"학교를 꼭 가야 해?" 하고 자주 묻는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며 학교와 배움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알게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선정작이라고 한다. 읽어보면 저절로 수긍이 간다는...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눠보면 참 좋을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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