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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야곱입니다
R. 폴 스티븐스 지음, 최동수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야곱이야기. 어려서부터 마르고 닳도록 듣고 읽었던 말씀이다.
특히 나는 야곱보다 그의 열한번째 아들 요셉을 통해 언제나 새로운 은혜를 입곤 하는데 그 아버지 야곱은 솔직히 썩 맘에 드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에서는 야곱의 일대기를 그 누구보다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태어났고 자라는 동안 형 에서와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으며 부모 이삭, 리브가와는 관계가 어떠했고, 나중에 어떤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아내를 몇을 얻었고 아들과 딸이 몇인지 ...
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의 이야기까지도 정말 자세하게 들려준다.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그와 그 조상 그리고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하고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야곱은 대단히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었다기 보다는 뭐랄까 평범하달까, 그러니까 그 평범이란 것은 그냥 우리와 같더라는 뜻이다.
남을 속이기도 하고 남에게 속기도 하고 사랑도 하고 두려움도 느끼고 욕심도 있고 .. 게다가 자녀를 편애 한다든가 하는 모습도 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자신도 썩 존재에 대한 긍정의 마음이 없었는지 그는 자신의 이름 - 그의 정체성, 자기존재에 대한 긍정적 자각 - 을 제대로 밝히는 대목이 아주 나중에야 비로소 나온다.
나는 야곱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줄줄 이야기 할 수 있을만큼 꿰고 있지만 그가 그 이름을 야곱이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되었던 순간을 유의미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랬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야곱이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그 대목의 의미가 얼마나 클 수도 있는가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쨌든 그는 드디어 자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드러냈을 때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여기며 읽기 시작한 야곱. 그런데 저자의 오랜 묵상과 탐구를 통해 나온 야곱의 이야기 (사실은 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주관하시고 역사하시는 모든 순간)는 읽는 내내 뜻밖의 큰 기쁨이 되어 주었다.
야곱의 일대기를 비추어 저자는 출생, 먹기, 가족, 잠자기, 구애, 결혼, 일, 회심, 섹스, 집, 부르심, 옷 입기, 마무리,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주제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모든 것 역시 우리 삶의 부분을 이루어 결국은 삶을 이루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범한(우리와 같은) 한 인물을 조명하며 사실은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섭리하시고 역사하시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는데 내겐 하나하나가 참 깊이 은혜가 되었다. 성서를 읽는 즐거움과 기쁨을 다시 느끼게 되었고 특히 저자는 야곱뿐 아니라 성경 전체를 관통하며 두루 은혜를 나눠주었다.
순간순간마다 이렇게 묻고 있다. 하나님은 이 가운데 어디에 계시는가?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곳은 어디인가? 를 동시에...
설교집은 아니고... 이 책의 장르를 뭐라 해야 좋을까. 어쨌든 성도들이 읽으면 더 은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목사님들은 아마도 이미 알고 계시지 않으시겠냐며.. ^^) 책의 뒷부분에는 부록으로 야곱의 가계도와 이야기 줄거리 그리고 미주가 꽤 길고 자세히 붙어 있다. 개인적으로 각주가 미주보다 훨씬 좋은데 각주를 달기엔 내용이 상당히 긴 것도 많아 아예 따로 책 말미에 주를 달아놓은 듯 싶다.
게을러서 주까지 읽는 편이 아닌데도 이 책은 특별히 뒷장 넘겨가며 뭐라고 설명되어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 읽어본 대목이 훨씬 많았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실 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다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