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 통섭의 책 읽기 경계를 허무는 도서관
안정희 지음 / 알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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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눈에 쏘옥 들어왔다. 손때묻은 책들 위에 빨간 사과 한 알. 그리고 제목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귀퉁이가 닳은, 낡아 보이는 책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탈탈 털고 먼지 닦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인다.
무슨 책이든 제목과 표지를 눈여겨보는 편이다. 내용만큼이나 표지와 제목에 작가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으니.
도서관에서 ... 하다. 이 대목은 짙게, 그리고 띄어쓰기를 많이 하여 '책과 연애'(하다)라고 쓰여 있다.
어찌 보면 [도서관에서 연애하다, 책과...]라고 읽어도 좋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이 제목을 보며 이 책의 작가는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를 했지만 우리는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무궁무진한 여러 가지를 할 여지가 있다는 뉘앙스가 풍겨온다.
책과 사과가 동떨어져 보이고 상관없어 보이지만 작가의 의도는 도서관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경계를 허물고 그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 아닐까.
나는 도서관에서 뭘 했더라?
나도 도서관에서 연애하고 싶다. 잘 익고 탐스러운 저 사과처럼 매력적인 책들과...
도서관을 가장 많이 들락거렸던 건 부끄럽게도 대학원 졸업하려고 논문 쓸 때가 아니었나 싶다.
난 사실 도서관을 그리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책이 필요하면 서점에 갔고, 도서관엔 필요한 책을 미리 정해놓고서 대출만 받아 집에 가져가 읽었던 기억뿐.
그러다 논문을 쓰려고 보니 정말 많은 자료가 필요했다.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다녔는데 가장 많이 갔던 곳은 학교 도서관과 국회도서관.
국회도서관에 가장 많은 자료가 있더라. 넓고 조용하며 없는 책이 없어 보이던 그 국회도서관에서는 나오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은 자료와 책과 그리고 분위기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구내식당 음식은 또 얼마나 값싸고 맛있던지. 국회의원들은 이 좋은 걸 매일 누리며 살겠구나 하며 배 아파했던 기억이...
비록 논문을 위함이었기 때문에 본질에 충실하느라 그 좋은 도서관에서 다른 걸 못해봐서 아쉽지만 도서관의 매력에 빠져 거기서 아예 살고 싶다고 느꼈던 첫 도서관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아니 그동안 내가 알던 도서관 답지 않게,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 것은 미국에 가서 살 때였다.
'도서관이 뭐 도서관이지 별거 있겠어?' 하며 책 빌려보러 갔었는데 거기서 느낀 감동과 즐거움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나는 미국에 사는 동안 도서관이 제일 좋았다. 일단 넓었다.
'책장 사이사이 책들이 빼곡히 정돈된 한정된 공간. 그리고 대출과 반납을 담당하는 사서.' 이 모습이 도서관이라 생각했던 내 앞에 그곳의 도서관은 자유롭고 쾌적하며 유연하고 즐거운 곳이었다.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과 함께 앉아 듣고, 영화도 보고 각종 장난감과 책과 DVD 등을 매주 빌려 가며 이용했다.
여러 나라 언어로 쓰인 같은 책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가령 백설공주라면 우리나라 언어로, 영어로, 스페인어로, 일어로.. 표지와 언어가 달라지며 내용은 백설공주지만 나라별로 다른 느낌을 살린 백설공주를 느껴볼 수도 있는 그런 재미. ​
도서관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의 이야기가 있으며 사람이 이야기를 만드는 그런 곳인 것.
오직 '정숙' 해야 하고 책만 빌려볼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던 것.
이제 보니 우리나라 도서관도 다양한 서비스를 한다. ​영화도 보고, 강좌 개설도 하고, 책도 읽고, 놀 수도 있고... 나만 몰랐던 거...?
느티나무 도서관 북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책과 책 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서는 책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책 읽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 가치는 무언지,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의 책 읽기는 무엇이 다른지, 아이와 함께 도서관 활용하는 법, 넘쳐나는 책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통섭의 책 읽기에 대해, 다양한 컬렉션 소개 등을 통해서.
도서관을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많고 많은 책과 정보 속에서 우리가 보다 더 가치 있고 유익하게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왜 읽어야 하는지, 도서관이 단순히 책 빌려 보는 곳인걸로만 알던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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