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꿀 권리 -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
박영숙 지음 / 알마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5년 여름, 아이들 아빠의 유학으로 우리 가족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갓 돌 지난 딸, 뱃속에 둘째.. 연말이면 그 아이를 낳게 될 거라 유학생인데도 4인 가족의 살림살이가 필요하여 제법 짐이 많았다.
그래서 내 짐을 최소화하다 보니 내가 쓰려고 넣은 건 내 옷가지와 성경책 한 권이 전부.
남편은 학교 가고 어린 딸과 둘이 마주 앉아 하루 이틀 보내다 보니 놀이터에 나가고 물려받은 장난감으로 노는 것만으로는 뭔가 한참 부족한 기분.
그렇다. 책이 없었다. 우리가 읽을 책이 없더라. 한국에서 가져온 아이 읽어줄 그림책 몇 권이 전부여서 읽고 또 읽고..
나도 뭔가 읽고 싶은데 오직 성경책뿐이라 성경책만 읽고 또 읽고...
그 얘길 들은 옆집 살던 우리보다 먼저 유학 온 한국인 유학생 가정에서 한국어로 된 책들을 빌려주셨다. 뿐만 아니라 시카고 대학에 가면 한국어로 된 책들이 많다며 대시 빌려 주기도 하셨다. 그 책들이 내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지.
외국에 살며 도서관이나 서점을 지나다 우리말로 된 책을 만나면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대학 때 자취할 때도 그랬던 기억이 있다. 자취생이라 내 방엔 공부할 때 필요한 책들만 있었다.
전공이 음악이라 자취방에 그랜드 피아노에 오디오 시스템에 ... 없는 것 없이 부모님께서 마련해 주셨는데 함부로 쓰고 사는 게 죄송스러워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최소한으로 살았다.
서울 생활에 익숙해지고 모든 것이 내 몸에 맞는 기분이 들 때에야 책을 못 읽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이었으니 늘 책을 읽지만 읽으라고 하여 읽는 책 말고 내가 골라 책을 읽고 싶었던..) 책방을 찾아다녔다.
헌책방에서 사서 보고 도서관이나 책 대여점에서 꼬박꼬박 빌려 보고.. 이사를 한 후에도 집 근처에 새로운 도서관이 생겨 매일 그곳에 들르는 재미로 살았던 날들.
책은 외롭고 고단하고 무료하고 무지했던 내 일상에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주었다.
주로 빌려 볼 때가 많아 독서기록장을 쓰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독서기록장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고 예쁜 다이어리를 구입하여 책을 읽다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이 나오거나 마음에 와 닿거나 꼭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보이면 베껴 적어 놓는 용도였다.
이렇게 나름의 책에 대한 애정이 있었음에도, 그리고 도서관을 무척 좋아했음에도 나는 도서관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것 같다.
그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알았다.
느티나무 도서관. 이름도 참으로 정겹다. 느티나무라니 무엇을 지향하는 곳인지에 대해서도 마구 전해져오는 기분이 들었다.
나어릴 적 동네에도 있었다. 그 나무 아래 평상엔 늘 사람들이 앉아 쉬기도 하고 굳이 약속을 따로 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모여드는 그런 장소 아니었던가.
그런 도서관이 이 책에 있다.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거나 고려하거나 배려하지 못 했던 세상도 함께 있었다.
처음엔 꿈꿀 권리라는 제목을 두고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읽어가다 나중엔 크게 감동을 받아 자꾸만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나는 학교를 세우는 꿈을 꾸었더랬다. 바른 교육이 중요하고 뜻깊은 일이라는 생각에 학교를 세우고 싶었던 젊은 시절의 호기로운 꿈.
내게 그런 꿈이 있었다는 것마저 잊고 살다 꿈꿀 권리를 읽으며 느티나무 도서관장님이라는 저자를 존경하게 되었다. ​
누가 꿈의 크기를 정할 수 있을까.
우리 앞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으나 이렇게 배려하는 곳이 많아지고 차별 없는 책 읽기가 있다면 꿈꿀 권리뿐 아니라 그 꿈을 실현할 날도 머지않다고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