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 상처를 주지 않고 도움을 주고받는 성경적인 방법
스티브 코벳 & 브라이언 피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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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그림을 보면 마주보는 두 사람의 실루엣임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동등한 입장에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한 장면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돕는다는 것. 그 중에서도 상처를 주지 않고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것, 무엇보다 성경적인 방법으로.' 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보며

이것에 대한 갈급함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세상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돕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실천에 옮기려다보면 누군가는 우월한 입장에 서서 그렇지 못한 이들을 동정심과 긍휼함을 가지고 돕게 되는 형편에 놓이게 됨을 느낄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스스로 힘을 기르라며 당장 사랑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것은 더 아닌 것 같고.

그리고 때로는 나보다 형편 좋은 사람들이 좀 돕지, 나의 이 미미한 힘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때도 있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을 앞에 두고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속이 복잡해지는 것도 결국에는 죄책감이 들고.

그리하여 구세군 자선냄비에, 각종 단체 후원에, 구제헌금에, 무료봉사 등에 조금씩 발 담그고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했던 적이 많았던 거 아니었나 돌이켜본다. 그래도 그들이 잠시나마, 조금이나마 기쁘고 배부르고 따뜻했다면 그것도 어디냐고 자위해가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20년도 더 전에 보았었다. 그 영화는 내게 있어 참 두고두고 오랜세월 불쑥 떠오르는 대사와 장면이 많은 영화가 되어주고 있다. 아쉬운 것도 많은 영화였지만..

어쨌든 그 중 이런 대목이 있다. 주인공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대화 중에 그들이 지내던 나라의 원주민을 위한 교육을 두고 서로 언쟁하는 장면인데 메릴 스트립은 그들을 미개하게 여기며 교육 시켜 유럽인(즉 문명인 ; 메릴 스트립의 생각으로는)처럼 개발시키고자 (도움을 주고자) 했었고, 로버트 레드포드는 메릴 스트립의 그런 관점을 두고 "왜 그래야 합니까?" 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나 그 영화 연출자는 그 대목을 통해 소유와 존재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대로 그냥 그 대사 자체로 받아들여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문명인과 미개인, 무슨 근거로 누가 분류하는가. 혹시라도 누군가가 갖지 못한 것을 나는 가졌다는 것 하나로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우월한 입장에서 그들의 진정한 필요를 묻지도 않은 채 돕는다는 명목하에 파괴시킨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며.

 

그런저런 이유로 언젠가 읽게 된 책 속의 한 문장 '돕는다는 것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다 (신영복)'라는 말에 깊이 동감했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 왔던 것 같다. 그런데 함께 비를 맞는 일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이번 세월호의 사고를 보면서도 함께 맞는 비는 지금 이 시점에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자녀의 죽음 앞에 그들이 진실로 바라는 도움은 무엇일까, 고작 보상금이나 국민성금은 아닐터.. 그리고 구조된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도움은 무엇이며 지금도 험난 파도와 조류를 거슬러 목숨 걸고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을 찾아올리는 잠수부들을 도울 방법, 그들과 함께 맞는 비는 어떤 것일까..

 

복잡하고 슬픈 마음으로 책을 읽어갔다. 책은 정말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진정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와 마음과 방법들을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는데 다만 조급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던 내겐 책의 도입부가 너무 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챕터 사이사이 나와 있는 질문들이 생각보다 진지하며 쉽지 않았고. 하지만 덕분에 방향을 찾거나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데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같던 구제사역을 바꾸어 창조세계 질서를 회복하여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쉽고 빠른 길이 아니더라도.

 

나의 모교회에서는 10년째 케냐 의료봉사로 시작한 선교사역을 감당해 오고 있다. 선교사의 파송과 후원에서 시작하여 지역사회 의료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해마다 케냐로 향한다. 처음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많은 청장년들이 수많은 의약품을 챙겨 케냐로 떠났다. 그러나 그 나라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적대감이었다. 그들은 미국도 영국도 아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의료팀이 우습게만 보였던지 (영국 유학을 했다는)현지 의사들이  한국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라며 돌려세웠다. 의료행위도 하지 못하게 하고. 허가를 받는데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어렵사리 허락을 받은 후 의약품을 나눠주고 수술을 시작하자 새벽부터 밤중까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다녀온 분들의 말씀과 사진 영상을 통해 본 케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을 통해 상상하고 동경해 온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들의 필요를 직접 보고 알게 된 후로 그리고 그곳에서 원주민들과 먹고 자며 삶을 나누는 선교사님을 통해 의료선교팀은 해마다 적절한 도움을 들고 간다. 그들보다 나아서가 아니고 함께 하기 위해서.

지금 그곳엔 영성센터와 학교 병원이 들어서 있다. 처음엔 그저 꿈이었고 기도였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그것은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참고로 하면 하나님 뜻에 더 가까운 성경적인 방법의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며 마땅히 해야 할 우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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