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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
이무석 지음 / 두란노 / 2014년 3월
평점 :
정신분석가인 교수님이 쓰신 책이라는데 제목이 <성격>이고, 거기까진 그런가보다 싶은데 이 책을 발간한 곳은 두란노에요.
뭔가 서로 안 어울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 궁금해졌습니다. 아무리 봐도 신앙서적 같진 않고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워서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읽어가는 동안 느낀 것은 이해하기 쉽게 쓰인 책이라 어렵지 않다는 것과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다는 것이었어요. 문체도 지금 제가 쓰고 있는 문장체로 쓰여져서 조곤조곤 풀어서 이야기해 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요.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첫번째 파트에서는 성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성격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만이 아닌 성격형성과정과 또한 나를 지키는 방어기제들 16가지를 소개한 내용까지 담겨 있어요.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어서 이해를 돕고 있는데 이 책에서 밝히는 방어기제 16가지로 억압, 이타주의, 승화, 유머, 상징화, 지식화, 격리, 전치, 취소, 분리, 반동 형성, 동일화, 투사, 부정, 퇴행, 합리화가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막 읽기 시작할 무렵 세월호 침몰 사고가 벌어지면서 사실은 단 한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저는 크리스찬이고 그래서 이 땅에서의 죽음 이후의 삶과 생명과 구원에의 소망과 확신을 갖고 사는 사람임에도 침몰된 배안에 갇힌 채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생각할때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 먹고 자고 책 읽는 일상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큰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제 일상을 컨트롤 하고 마음을 추슬러야 경황없을 실종자와 가족들 생존자와 가족들 그리고 구조대원과 관련자들 등을 위해 뭔가 조금이라도, 작은 일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제 일들을 찾아하려는 중에 읽으려다 덮어 둔 이 책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마침 마음이 괴로웠던 이 시기에 정신분석학자의 글을 읽어가다보니 제 마음도 보이고 타인의 마음도 보이고...
그런데 내용은 쉽게 되어 있지만 그래도 사람의 정신과 성격을 이야기 하는 내용이 마냥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반쯤 이해되고 반쯤은 어려움으로 남고 그런 것 같아요. 몰두해서 읽지 못한 탓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읽으면서 생각한 것 하나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이 책을 통해 '그래그래 맞아맞아 누구누구에게 이러이러한 면이 있더라. 그 사람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로군' 이라든가, 자신 혹은 자신과 가까운 지인의 어떤 말과 행동등을 보고 단정지어서 '너 이러이러한 성격유형의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마음을 들여다보고 돌아볼 기회는 되지만, 그리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 책 한권으로 누군가를 단정짓거나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게 옳은 걸로... 그러나 이미 밝혔듯이 사람의 행동과 말 뒷편에 있는 심리와 성격에 대한 이해는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성격 장애의 11가지 유형들을 잘 설명해 주고 있어요. 특히 교회와 교인 (장소와 사람 구성을 그렇게 쓰고 있어 그렇지 장소가 교회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사회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사람과 상황들이었습니다.)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가며 각종 성격들을 설명해 주어서 보다 쉽고 재밌는 면이 있었어요. 목회를 하는 분들이나 교회 안에서 교제를 나누는 성도들 간에도 이 책을 통해 그간 이해할 수 없었던 어떤 사람, 자기 자신..을 다시 보는 계기를 갖게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성격 장애 11가지 유형으로는 편집증 성격 장애, 자기애적 성격 장애, 의존 성격 장애, 수동 공격성 성격 장애, 경계선 성격 장애, 반사회적 성격 장애, 연극적 성격 장애, 강박적 성격 장애, 회피성 성격 장애, 정시 분열성 성격 장애, 정신 분열형 성격 장애가 있어요. 읽으면서 느낀 건 어느 사람에게 두드러지는 성격이 있긴 하나 한사람 한사람이 갖는 성격은 단순히 어느 한가지만으로 고정시켜 볼 수 없고 누구나에게 여러가지 면모가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 책을 읽어가는 내내 한가지 한결같은 느낌은 "내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내가 이러이러하여 그랬구나. 이렇게 마음을 써야겠구나.." 하는 것들이에요.
마지막 세번째 파트에서는 성격으로 본 성경 인물들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이삭, 요셉, 사울, 바울, 베드로.
정신분석학자가 본 성경 속 인물들 이야기는 신선하기도 하고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저들의 성격을 분석했다고 성경 해석이 바뀌거나 더 성경이 은혜롭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 것 같았지만요.
끝으로 한가지, 귀신 들린 자 이야기가 맨 마지막 장에 들어가 있는 대목이 저는 인상깊었어요. 정신 질환자와 귀신 들린 자의 차이를 잘 알려주고 있는데 딴 건 몰라도 주술적이거나 엉뚱한 것에 잘 빠져드는 사람들이 눈여겨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특히 기도원 같은 데서 귀신 들렸다며 사람을 감금 구타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옳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있어 좋았어요. 참...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일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통해 은밀하게 행해지는 이 말도 안되는 행위에 대해 옳지 않다는 것을 밝힌 글이 고맙게 여겨지는 세상인 것이 씁쓸하네요.
성격 때문에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방해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의 안에 있는 어떠한 성격이 그렇게 하는 건지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하여 쉽게 변화하긴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어떻게 끼치며 아이들의 성격 형성을 조장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좀 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올바른 자존감을 갖고 살게 해 주고 저 역시 그래야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