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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가 들려주는 어린이 권리
제라르 도텔 지음, 곽노경 옮김, 루이즈 외젤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애들은 몰라도 돼. 저리 가거라. 어디 어른들 말씀하시는 틈에서 조그만 게 감히 끼어들고... 이런 말 우리 어렸을 때 많이 듣지 않았었나요?
이 책에서는 주로 아프리카나 인종 차별이 심한 나라 혹은 어린이의 노동을 착취하는 나라들을 예를 들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만
읽어가는 동안 우리네 사정은 뭐 좀 나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법적인 보호 장치가 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고 존중해 주지 않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의 평등함과 인간 자체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겉으로 보여지는 장치를 아무리 마련한다해도 그 사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들과 귀국하던 날,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저희 아이들은 어른도 밀기 어려운 무거운 카트를 같이 도와 밀겠다고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도 하고 싶다는데 거들어 주어 고맙다는 시늉이라도 하며 함께 카트를 밀었는데, 미국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이들을 칭찬해 주더라고요. 잘하는구나. 아저씨도 도와주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니? 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요. 그리고 그 후 비행기를 탔고 장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귀국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다시 짐을 찾은 후 카트에 옮겨 실었고 여기서도 밀겠다고 했어요. 아이 둘이서 낑낑 거리며 카트 하나를 밀고 짐이 많아 저와 남편도 밀고 막내를 안고.. 그러는 사이 어떤 분이 저희 아이들을 밀치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특별한 설명도 없이 그저 한마디. 안돼 저리가.
그 아저씨의 뜻은 아이들이 밀기엔 카트가 무겁고 위험하다는 의미였던 것을 압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아저씨의 불친절함과 무뚝뚝한 말투와 처사에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글썽 했던 기억이 나요.
미국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더 나으므로 우리나라보다 역시 좋은 나라야.. 라는 뜻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말에서도 개선해 나갔으면 싶은 부분들이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고발하고 있는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의 형태는 참 다양했어요.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 성추행이나 폭행을 당하고 가족과 살지도 못하고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질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를 받거나 보호 받지 못하며 교육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어요.
앙골라에서, 프랑스에서, 에티오피아와 아이티, 토고, 인도, 파키스탄, 콩고, 시리아, 나이지리아... 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습니다. 읽어가는 동안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편적인 그리고 아주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세계에서 가장 부강하고 인권이 보호된다는 곳에서도 그늘진 곳에서는 지금도 아동학대와 착취 등이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언젠가 중국 여행을 갔을 때에도 제게 물건을 팔던 이들은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은 어린 아이들이 자기들보다 더 어린 동생들을 손에 끌고 다니며 조잡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지요. 어쩜 그게 또 상술의 일부였을지도 모르지만 옷도 없고 신발도 없어 맨발로 다니며 거의 구걸에 가까운 상행위를 어린 나이부터 해야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답답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그리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감을 갖고 서로를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읽기에 전혀 부담없을 만큼 글자 크기도 크고 그림도 많아요. 이야기도 쉽고요.
그리고 뒤엔 유엔 아동권리 협약 40조항이 나와 있어서 참고해 볼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의 권리와 친구의 권리를 누리고 지켜요. 대목에서는 왕따가 횡행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린 친구들이 마음에 새기며 읽어보고 지켜주면 좋겠다 싶은 이야기들도 잘 나와 있답니다.
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어린이 권리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 이 책은 수익금 일부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한다고 해요.
어른인 우리들이 먼저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해 줄 수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