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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 내일을 당당하게
이시형.이희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제목이 <인생내공>이라길래 공자왈 맹자왈 하며 마음과 정신에 차곡차곡 쌓고 마음 다스릴만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나 했었다.
그런데 작가를 보니 이 책은 이시형, 이희수 즉 뇌과학과 문화인류학 하는 분들이 썼다. 그래? 그럼 건강을 다져야 오래 살아도 괴롭지 않다 이런 이야기가 들었나?
<인생내공> 이라는 말에서 뭔가 이끌리듯 읽게 된 책... 첫 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100세는 온다..... 당신은 100세 생일,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라고.
우리 할아버지는 올해 99세가 되셨다. 내년이면 한 세기를 온전히 채워 사시는 셈이니 참 놀랍다.
할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홀로 남게 되셨을 때만 해도 연세도 많으시고 이미 은퇴도 하셨고 하여 이렇게 오래 사실 줄은 몰랐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지금도 건강하시고 식사도 잘 하시고 공부도 하시고 (책을 읽거나 책을 쓰시거나) 교회에서 클라리넷으로 찬양 반주도 하시고 두발로 잘 걸으시고 정신도 초롱초롱 하시며 말쑥하게 양복도 입고 다니시는 분이다. 내가 우리 애들 데리고 할아버지 찾아뵈러 가면 용돈도 척척 주시고...
자주 뵙는 우리 할아버지께서 99세이시고 외가댁에 살고 계신 외할머니도 아흔이 거의 다 되셨고 ... 그렇다 보니 나는 100세 시대니, 장수, 고령화 사회라는 말이 퍽 와 닿는다. 나 또한 할아버지와 외할머니처럼 나이 먹어도 허리 휘지 않고 꼿꼿하게 가족들, 손주들과 대화 나누며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자주 생각해 본다.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 나이를 덜먹어도 아프거나 다치거나 외롭거나 하여 오래 사는 게 힘든 경우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을까 하고. 그랬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 대뜸 다짜고짜 100세 생일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하고 묻는 물음이 나는 당황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당황스럽지 않다고, 자주 생각했던 거라며 우리 할아버지와 우리 외할머니는 이러이러하게 드시고 이러이러한 활동을 하시며 이러이러하게 사시더라고 자신 있게 그동안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은 말할 수 있는데 그런데 또 막상 나 자신은 그래서 그 100세 생일에 어디서 뭘 하고 있을 거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하려고 보니 아... 그제야 정신이 바로 드는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말고 나. 40대 나이에 아직 틴에이저도 안된 아이 셋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사는 나.
직업도 없고 딱히 기술도 없고 운동을 지극 정성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이 살아가는 나.
그런 내가 100세까지 산다고 친다면 ......? 문득 그제야 막막해졌다.
우리 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사셨던 세대와 다르며 지금은 또 다른 시절이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내가 늘 생각했던 건 '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참 대단하시다 .. 어떻게 저렇게 멋지게 살고 계실까?' 하며 나름 분석해 본 것들이 있었을 뿐이지 정작 나 자신은 이러이러하게 살아야겠다는 청사진이 없었다. 그냥 지금 현재에 바빠서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보이지 않아서 그냥 외면해 버린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가다 보니 "어떻게 되겠지. 살다 보면 다 살아지는 거지 뭐..."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도 그렇게 살았던 건 아니다만..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을 바꾸어 책을 읽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100세 인생의 목표는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100세까지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어야 되고
100세까지 치매에 안 걸려야 되고
100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어야 되고
100세까지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사람이어야 되고
100세까지 우아하고 섹시하고 멋있게 살아야 된다. 하는 것.
쉬워 보이는가? 이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절로 자연스럽게 나만큼은 100세가 되어도 저렇게 살 수 있겠거니.. 하고 마냥 넋 놓고 지낼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100세가 굳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동안에는 최소한 저렇게 살아야 인간답게 살고 남과 사회에 도움까지는 아니더라도 폐는 끼치지 않고 살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든다. 노인이 폐를 끼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그리고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인 채로 살아가는 건 원치 않는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그런데 두 저자 중 어느 분이 어느 파트를 쓴 건지는 모르겠다.
딱 나누어 한 파트씩 쓴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아닌가? 나만 모르나? ㅋ 뭐... 몰라도 읽는 데엔 아무 지장이 없었다. ㅎ
첫 번째 파트에는 인생, 지금부터가 진짜다.라는 제목으로 4장으로 세분화되어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 파트에서 다룬 내용은 내일을 살아가는 힘, 세로토닌적 삶에 대해 쓰여 있다. 세로토닌 이란 말이 나오는 걸로 보아 어쩐지 이시형 박사님이 이 대목은 썼을 것 같은..
암튼 엔도르핀, 아드레날린.. 이런 건 들어봤는데 세로토닌은 또 뭐냐? 했더니, 뇌내 물질 수십 가지 가운데 "마음"을 연출해 내는 것으로 중요한 세 가지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이란다. 그중에서 이 책에서 특별히 할애하여 중요하게 말하고 있는 세로토닌 대목만 옮겨 보자면 이렇다.
뇌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엔도르핀이 행복물질로 한국 사회에 회자된 것은 불행이었다. 절제를 모르는 우리 국민성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행복물질은 엔도르핀이 아니고 세로토닌이다. 연인들이 뜨거운 포옹을 하는 그 격정적인 순간은 환희이지 행복은 아니다. 포옹이 끝나고 숨을 고른 후 햇볕 잘 드는 창가에서 두 손을 잡고 서로 마주 보는 순간, 그제야 아련히 밀려오는 기분, 그게 행복이다. 사랑과 행복은 우리 삶에 생기와 의욕을 가져다준다. 이게 세로토닌 상태다.
고맙게도 이런 잔잔한 감동은 사랑 말고도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엔 중독이 없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해서 허탈감이나 금단 증상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고령화된 사회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장수 시대, 건강하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뇌과학적으로... 두루 돌아보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서 말하는 많은 제언들을 따라 살아가며 멋있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나는 여기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싫지 않았다. (싫지 않았다고 쓴 건 이런 시대에 이렇게 살아라.라고 쓴 책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듯싶어..)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 최소한 구체적으로 내 삶을 다시 한번 계획하고 꿈꿔보며 힘을 내어 볼 마음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소득이었던 것 같다.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축적하고 당당하게 내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 든든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