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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비비어의 성령님 - 성령님과 깊고 친밀한 관계 만들기
존 비비어 외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4년 1월
평점 :
원제는 The Holy Spirit인데 작가의 이름을 넣어 존 비비어의 성령님이라고 번역을 했다. 그래 하나님, 예수님 하면서 성령님만 성령이라고 하면 형평성에 어긋날지도.. 성령님이라고만 제목을 쓰기에도 와 닿는 면이 애매한 느낌이었을지도.
그런데 내가 평소 그렇게 말하지 않아서인지 약간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았다. 존 비비어가 누군지도 몰랐을 뿐더러...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다른 종교에서 다른 종교인들이 쓰는 책은 종교와 무관하게 두루 읽기에 좋은 글이 많은 반면 이 책은 기독교인들이 읽었을때에 도움이 되고 은혜가 되고 이해가 될 것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가끔 그런 게 아쉽다. 기독교 서적들도 누구나 두루 읽어 은혜롭고 좋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용있고 좋을텐데 하는 마음에... 암튼 이 책도 특히 그렇다. 기독교인들도 뭐라 설명하거나 드러내 증명하거나(?) 표현하거나 하기 어려운 성령을 주제로 하고 있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을 지은 존 비비어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존 스토트, 유진 피터슨, 헨리 나우웬 등과 함께 한국 기독교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외국인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그의 책들은 6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나만 몰랐던 사람인듯.
여하튼 이 책에서는 성령님의 성품과 관심사, 성령께서 사랑하시는 것들을 말씀에 비추어 들려주고 있다. 성령과의 관계가 왜 중요하며, 친밀하게 교제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사실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는 것,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사는 삶을 사는 것, 성령과의 친밀한 교제를 하는 것, 그의 뜻을 알고 순종하는 것등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모태신앙을 가진 나조차도 성령에 대해 듣고 알고 간구하게 된 것은 한참이나 자란 후의 일이었던 것 같다.
어릴적 유치부,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를 다 다니며 주일학교에서 배우고 예배했어도 내가 성령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던가?
오직 사도신경 속에서 예수님의 육신의 어머니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대목을 접할 때에만 겨우 들어본 적 있었던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을 늘 들어오기도 했지만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님에 비해 성령에 대해서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참 약했던 것 같다.
기껏해야 목사님께서 해 주시는 예배 마지막 축도에서만 성령의 교통하심을 구하는 기도를 통해 들어본 적 있었던 게 전부...
사실은 너무나 우리와 가까이 계시고 우리를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가 마땅히 구해야 할 바를 알지 못해 제대로 구하지 못할 때에 조차도 우릴 위해 빌고 기도하시며 우리가 기도할 바를 알려 주시는 분이 성령이신데도.
종교란 영적인 측면이 가장 강하므로 성령의 사역이 참으로 중요하며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그 고백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성령의 존재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따라서 친밀한 교재 같은 건 애시당초 생각지도 못해봤었다는 건 오히려 놀라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성령과의 교제와 친밀함을 구하고 원하고 기도하고 따르길 원하고 성령으로 충만한 기독교인이 되고자 바라게 되고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를 기도하고 책을 통해서도 읽으며 배우길 원하고 성령의 열매를 맺으며 살고자 해 왔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로 제목이 성령님인 이런 책도 읽고 말이지.
이 책에서는 5 챕터를 통해 성령님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성령의 속성, 성령과의 교통, 성령께서 이끄시는 영적인 관계, 성령의 하시는 일, 성령께서 주시는 힘 등등. 그리고 성령님에 대한 묵상과 소그룹을 위한 토의 질문들, 부록으로 성령님에 대한 Q & A와 구원받는 법까지 나와 있다.
그런데 성령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 해 주고 있는 부분들이 틀림없이 도움이 되고 좋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예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들은 잘 와 닿지 않을 때가 많았다. 자신의 아내 리사와의 관계를 예로 들어가며 설명할 때가 아주 많은데 존 비비어는 그것이 읽어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으로 그리 썼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오히려 솔직히 글의 몰입에 방해가 됐다. 그리고 성령에 사로잡혀 있는 성령 충만한 사람으로 자신이 만난 사람들 가운데에 조용기 목사가 있었다고 첫 앞부분에 쓰고 있는 대목을 읽으며 좀 어이없어졌다. 조용기 목사님이 존 비비어와 만났을 때엔 성령 충만했는지 모르겠으나 그게 사실이었다고 해도 성령으로 그토록 충만했던 사람조차 성령에서 떠나 어처구니 없는 삶을 살아가는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슬픈 깨달음을 안겨줬다고 해야 하려나. ㅠㅠ
움베르토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디어디까지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리가 울타리를 쳐서는 안된다."
나는 그 대목을 언제나 마음에 새겨놓고 살아간다. 내가 성경을 자의적으로 멋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행동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다.
이 책에서 존 비비어는 성령의 독특한 체험이나 신비스런 영험한 능력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아서 좋고 고맙다. 오직 말씀에 드러난 성령을 이야기 하고 들려준다. 그 점에서 높이 산다. 성령을 우리가 체험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좀 더 성령과의 친밀한 교제를 간구하고 기도하며 따르면 될 일이지 그건 설명을 잘 못한 존 비비어의 책임은 아닌걸로... 다만 성령과 같은 영적인 존재를 설명하는데에 한계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만으로 성령을 알게 되고 은혜를 얻고 성령이 내 안에 임재하고 계심을 전적으로 믿게 되는 일이 생길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성령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 오해없이 엉뚱한 생각없이 알게 되는데에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동안 성령에 대해 잘 몰랐거나 알고 싶거나 하는 사람들은 읽어봤으면... 그리고 글 중간중간 아내 리사의 예를 든 것은 글의 흐름과 몰입에 방해가 된 반면 부록에 실린 리사와 존의 대화는 꽤 도움이 됐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성령을 이해하는 데에도.. ^^;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고린도 후서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