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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준 선물 - 아빠의 빈 자리를 채운 52번의 기적
사라 스마일리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에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세 아이에게는 아빠가 필요했고
나에게는 남편이 필요했다.
1년간 아빠 없이, 남편 없이 살아야 한다.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매주 이웃을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52번의 저녁 식사와 함께 아이는 성장하고, 가족은 완성된다.
이 책은 사라 스마일리라는 해군 남편을 둔 칼럼니스트가 쓴 글입니다.
남편이 13개월 가량 아프리카로 파병되어 가게 되면서
남편이 없는 동안 세 아들을 데리고 생활하는 동안
그 부재를 잊고, 견디고, 극복하기 위해(?) 매주 이웃을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한 가족의 이야기랍니다.
처음엔 그렇게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점차 관계를 넓히고 확장해가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모두가 성장해 가는 모습들까지 담겨 있어요.
사실 처음에 책 소개글만 봤을 땐 뭔가 뭉클해졌어요.
사람을 초대하다니 자신들의 가족 식사 자리에...
그것도 어린 세 아들을 키우고 일을 하고 공부까지 해야 하는 젊은 여성이
더우기 요리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라면서
뿐만 아니라 사교적이지도 못한 편이라면서
사람들을 초대하기를 매주 무려 1년동안 지속하다니... 하면서요.
그런데 막상 읽다보니 일단.. 상당히 글이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어요.
번역의 문제일까? 아님 원작가의 문체가 좀 그런가? 아니 뭐 칼럼니스트라는 사람이 쓴 글이 이렇지?
이런 생각까지 했지 뭐에요. 게다가 오타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어요. 그래서 더 몰입이 안되었던 듯..
읽어가는 내내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일단 등장 인물이 좀 많아요.
가족 이외에 52번의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이 여럿 등장하고 그들과의 대화가 다 옮겨져 있고 상황을 설명하고 사라 스마일리의 심리 변화까지 적혀 있으니
저처럼 단순한 사람에겐 그냥 그 자체가 글을 어수선하게 느낀 대목이 된 것 같아요.
초대된 사람들 면면을 보면 스마일리 가족들이 잘 아는 이웃이나 목사님 선생님 뿐 아니라
그들이 한번도 직접 만나 본 적 없는 주지사, 상원의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도 방문을 했더라고요.
그러나 그들이 미국인들에겐 유명인일지 모르지만 제겐 생소한 사람들이고보니 누가 누군지 읽으며 적응하자마자
또 다른 저녁식사 이야기가 나오고 또 다른 초대된 인물들과의 에피소드가 그려지는...
1월, 2월, 3월.. 이렇게 월별로 구별하여 이어가며 저녁식사 이야기를 적고 있어요.
특별한 이야기일거라 기대했는데 특별한 게 없네..? 라고 처음엔 생각했어요.
그리고 남편이 수년 수십년도 아니고 딱 일년인데 그게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 일인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뭐 이렇게 남편 생각을 애틋하게 하고 그리워하는거지? 그런 생각도.. ㅋ
그런데요, 별것도 아니네... 하던 마음이 점점 이런 특별한 일이 있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더라고요.
아는 사람을 초대하는 것도 - 그게 아무리 숟가락 하나만 더 놓는 일이라 하더라도 -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걸 우리 다 알잖아요.
초대받는 사람도 그렇고 초대하는 사람도 그렇고 더우기 이 집엔 어디로 튈 지 모를 아들이 셋이나 있고..
그리고 사라 스마일리는 상황이 좀 더 특수했던 것 같아요.
다른 이유가 아닌 파병으로 인한 그것도 아프리카로의 파병을 떠난 군인 남편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더 염려가 되고 애틋해질 수 밖에 없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보니 저도 남편이 단 며칠만 세미나 참석 등으로 출장을 떠나도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문단속이었어요.
아이들 아프거나 다칠까봐 가장 신경을 썼고 말이지요.
우리나라는 그나마 각종 서비스가 잘 구비된 나라이고 이웃이 엄청 많고 - 친하든 안친하든 암튼 가까이 사람이 많지요-
그런 반면 미국은 뭐 하나 고장나도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경우가 많지요.
아이 하나 맡기는 것도 다 일이고 말이에요. 사소한 모든 일들이 어린 세 아이를 키우며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자기 직장일까지 해야 했던 여성에겐 정말 버거운 일일 수 있었겠다는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들의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하자 더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읽고 있는 동안엔 제가 그 저녁식사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사진도 많았고 대화며 생각들이 다 적혀 있었거든요.
아이들의 변화도 엄마인 사라 스마일리의 마음도 다 알 것 같고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서술해 놓은 그들의 1년을 보고 있노라니 놀랍기도 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다 오픈하기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가고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초대는 스마일리 가족이 했지만 그들은 훨씬 많은 것들을 받고 얻는 걸 보며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보게 되었고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진부하고 뻔한 얘기지만 깊이 깨닫게 되더라고요.
저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결코 쉽지 않네요..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는 이런 시대에 이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해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족을 "식구" 라고 하기도 하지요.
식구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게 된 책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