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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체통의 폭풍육아 중인 당신께 - 육아育兒하는 엄마의 육아育我 이야기
김은석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폭풍육아중인 당신께 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책은
육아, 그것도 쉴 틈 없이 밤낮으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요.
저는 사실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지금도 사실은 그래요.
그건 아이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육아가 뭔지 모르고 어렵고 자신없어서 그랬던 것이었고
지금도 마주하는 매순간들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는 꽤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정도로 몰랐으니 아이를 키우는 내내 어려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쉽게 생각했답니다.
- 남들도 다 하는데 뭐.
낳는 순간이 아무리 아프다고 한들, 죽기야 하겠어?
애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잔다는데 그럼 24시간 중 아이가 깨어 있는 몇시간만 아이에게 집중하면
그 나머지 시간은 내 시간으로 잘 활용할 수 있겠지?!
그러나 임신 직후부터 모든 상황은 쉬운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아이 낳은 후로는 더더욱...
저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엄마가 되고보니 좋은 엄마는 커녕 그냥 "엄마" 노릇조차도 어려운 일이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제 자신의 깊은 내면과 본성까지 다 드러나는 경험을 하고
제 자신도 몰랐던 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면서 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참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하나일 땐 사랑이란 희생과 체력이구나. 했던것이
아이가 둘이 되고서는 사랑이란 희생과 체력 그리고 거기에 플러스 정신력이구나 했어요.
그러다 셋이 된 후로는 희생과 체력과 정신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아이는 내가 키우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낳고 제가 키우고 있지만 그게 다 제 힘으로 하고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그제야 아이를 키우며 나도 함께 자라고 성숙해 가는 시간임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아는 것 하나 없이 아이를 키우느라 그저 바빠서
그땐 육아서를 읽어야 한다거나 육아서라는 게 있다거나 하는 것조차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땐 세 아이를 저 혼자 낯선 외국에서 키워야 했기 때문에 더 여유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아이는 엄마가 가장 잘 아는거지 뭐..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그 시기를 보낸 후에야 여러 육아서를 읽으며 이제야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난 너무 무지한 엄마가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밀려옵니다.
이제라도 잘해야겠다, 지금이라도 잘하면 이제까지 잘 못한 것들이 만회가 될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러다 공연히 육아서를 두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니 이론적으로 그런 좋은 말 누가 못해?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 환경에서, 말도 안통하는 외국에서 애 셋 낳고 키워봤으면
각종 육아서의 저자들도 이런식으로 말할수만은 없었을거야... 하면서요.
하지만 그것도 다 제 핑계고 변명이지요.
지혜롭게 하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운 마음도 들어서겠고요.
그런데 이 책, <폭풍육아중인 당신께>는 엄마들을 나무라지 않아요.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거나 거만한 충고를 하지도 않고요.
다만 조용조용히
- 이런 경우에 나는 이렇게 했는데 괜찮더라.
많이 힘들지.. 다들 그랬어. 남들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하겠어?
잘하고 있어. 그러면서 우리도 같이 성장해 가는거지 뭐.
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언니처럼 선배처럼 친구처럼 엄마처럼요.
책을 읽으며 생각 많이 했어요.
- 우리집이랑 참 비슷한 풍경이구나...
그런데 저자는 참으로 좋은 엄마로구나... 참으로 지혜롭구나...
뭐랄까요, 폭풍육아의 시기를 마친 제가 읽어도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삶을 대하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와 지혜까지 느낄 수 있었거든요.
같은 "엄마" 노릇을 했는데도 이렇게 다를 수도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뭐랄까요. 저는 엄마라는 역할을 너무 몰랐고 너무 쉽게 생각했고
또 누구나 아이만 낳으면 엄마가 되니까 대단치 않은 일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그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그저 주어진 일이니 했을 뿐이고 애들이 어서어서 자라 제가 빨리 이 노릇에서 졸업하고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살고 싶다고 여겼던 거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주어진 이 일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일이 주어져도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긴 하지만요.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엄마역할도 프로페셔널하게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폭풍육아중인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폭풍육아를 마친 저도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