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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오소희님은 글을 참 잘 쓴다. 그분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글을 잘 쓴다고 느껴지는 여러 부류 가운데 오소희님이 글을 잘 쓴다고 느껴지는 건
단순히 글재주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렇게 쓰기까지 많은 것을 경험하고 생각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책의 내용을 잘 짐작할 수 없었다.
여행작가 오소희님이 소설을 썼나? 정도로 생각하고 펼쳐 든 책.
그런데 이 책은 우리도 언젠가 다 읽은 적 있던 그 동화책들을 가지고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다시 이야기해 주는 내용이었다.
같은 내용의 책을 읽어도 내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가에 따라 느끼고 깨닫는 바가 다를 것이다.
같은 책을 같은 사람이 읽어도 그 책을 읽은 나이와 상황이 달라지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하고.
<어린 왕자와 길을 걷다>에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 빨개지는 아이, 어린 왕자,
안녕, 나의 별, 강아지똥,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 번 산 고양이,
나무를 심은 사람, 눈사람 아저씨, 좀머 씨 이야기, 작은 집 이야기,
행복한 청소부,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창가의 토토, 마지막 거인,
이기적인 거인, 그리고 본인의 책 나는 달랄이야! 너는? 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경험이 다들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읽었던 어느 동화책. 그땐 무심코 읽히는 대로 읽고 나름의 감상을 한 후 덮었는데
어느 날 그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르고 그때의 단상은 어릴 적 느끼던 것과는 다른 감상인 경우..
나는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시 동화책을 읽게 되었는데 읽어주는 내가 큰 감동에 젖어드는 일이 많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걸리버 여행기, 플랜더스의 개, 행복한 왕자 같은 이야기들...
혹은 자라서 다시 읽는 동화책을 통해 어릴 땐 미처 알지 못 했던,
어렸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그런 경험들도 있다.
해마다 한 번씩 꼭 읽는 어린 왕자 같은 책이 내겐 그런 책..
그건 책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화책이라서 어린아이들만 읽는 것이라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또 어떤 경우엔
옛날 옛날에 아름다운 왕자와 공주가 살았고 그들이 이러저러한 일을 겪다가 결국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쓰여있는
뻔하고 단순한 이야기조차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이 자라고 있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언젠가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읽다가 이런 에피소드를 읽은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으며 어린 연인들의 사랑 때문에 울었어요.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저는 불쌍한 부모네들.. 하며 눈물짓게 되네요."라고...
적절한 예가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책이라도 어느 때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글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덧붙여 보았다.
말하자면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그때 읽는 글은 어릴 때 읽었던 것과 다른 감상을 준다는 사실.
그 글을 읽으며 들려주는 오소희님만의 깊은 사유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감동을 전해준다.
우리들 역시 예전에 읽었던 동화책들을 다시 들춰보면 우리만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거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책 읽는 즐거움, 사유의 기쁨 등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시간.
그리고 결국 그 안에서 여러 시간과 상황 속에 있는 나 자신의 모습들을 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해 주는 책..
<어린 왕자와 길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