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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글쓰기 교실 -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이인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나무꾼이 도끼질을 하고 있었는데 무딘 도끼로 나무를 베느라 도끼질이 잘 되지 않았다.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왜 도끼를 먼저 갈지 않느냐고.
그러자 그 나무꾼이 말했다. 너무 바빠 도끼날을 갈 시간이 없다고.
누구나 이 이야기를 읽거나 들으면 그 나무꾼이 어리석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돌아보면 나 자신도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며 살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아이를 키우며 말을 가르치고, 글을 가르치고 학교를 보내고 배우게 하다 보면
처음엔 ㄱ, ㄴ, ㄷ...을 익히고 삐뚤게나마 고사리 같은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게 그저 장하고 신기했는데
이내 그 시절은 다 잊고 맞춤법이 틀렸느니 띄어쓰기가 틀렸느니 글이 연결이 이상하니 하며
지적하느라 바빠진다.
엄마인 나도 안다. 아직 아이가 정확히 다 알지 못하니 계속해서 잘 지도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며 바르게 쓸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려면 책 읽기도 수준에 맞게 잘 해야 하고, 글도 자꾸 써 봐야 하며
뭣보다 아이가 글을 쓰는 걸 두고 곁에서 참견할 일이 아니고
창의적인 글쓰기를 할 땐 북돋워 주고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책 읽기도 함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교정은 받아쓰기 시간에 좀 더 중점을 두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도 다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니 아이들은 너무나 할 일이 많고 엄마들도 바쁘다.
뿐만 아니라 엄마도 할 일이 많을 뿐 아니라 다 제쳐두고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낸다 하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고 가르쳐야 좋을지를 잘 모른다.
그럼에도 책을 함께 읽으며 바른 독서 지도를 하려고 보니,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보니
아이들은 진득하니 앉아 엄마와 책 읽을 때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 기본을 가르치기엔 학교 숙제도 이미 많다.
뿐만 아니라 이미 글쓰기에 흥미를 잃어버렸을 만큼이나 많은 글쓰기 숙제들을 해 가고 있다.
독서록, 일기 등을 매일매일 쓰고 있는 것.
그래 그렇다면 이왕 쓰고 있는 독서록과 일기장을 보며 교정도 해주고 이야길 나눠볼까? 싶어지는데
독서록도 일기도 그저 숙제를 위한 글쓰기에 지나지 않아
아이는 독서록 쓰기에 가장 편리하도록 짧고 쉬운 책만 골라 읽고
줄거리 대충 쓴 후 '재미있었다.'로 끝맺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일기도 마찬가지다. 글씨는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하기 싫은 거 하느라 최대한 몸은 늘어진 채로
그날의 일을 사실만 몇 가지 대문짝 만한 글씨로 나열한 후 역시 '재밌었다.' 한마디가 감상의 전부인 그런 일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고, 아이가 창의적이고 즐거운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참견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 보지만
마음은 쓰라리고 어떻게 가르쳐야 좋을지 막막해지기만 한다.
독서지도법이며 글쓰기 요령을 엄마가 제아무리 꿰고 있더라도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않고 호응해 주지 않을 땐 정말 쉽지 않은 일이더라는 사실.
도끼를 갈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책을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누고,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이끌어가기까지는 들여야 하는 공이 크고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란 말씀.
알면서도 무딘 도끼로 계속 나무를 찍고 있게 된다는 것. ㅠㅠ
이 책에서는 그런 엄마들더러 먼저 글쓰기를 하라고 권하고 있다.
엄마들이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부터 엄마표 글쓰기 비법과
글쓰기를 쉽게 만들어 줄 비법, 시 창작교실 등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 준다.
글쓰기 지도를 하는 분이 쓴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서 그런지
책이 재미있고 읽다 보면 나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불끈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틀리기 쉬운 우리말 표현과 헷갈리기 쉬운 띄어쓰기 몇 가지가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읽어보면 정말 숱하게 틀리거나 헷갈리는 표현들이 딱. ^^
마침 방학이다. 그나마 학기중이 아니니 시간적 여유도 있고
아이 뿐 아니라 엄마인 나도 바뀔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 봐야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도끼를 먼저 갈아야 하고 엄마인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