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끝난 일을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한다.공공장소에서 자리에 앉기 전에 깨끗한지 먼저 확인한다.물건이 반듯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위치를 다시 조정한다.집을 나선 후에도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나왔는지 끊임없이 생각한다.아무 이유 없이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의 숫자를 센다.정해진 숫자만큼 반복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끝내기가 어렵다.신문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가스를 껐는지, 문을 잠갔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한다.책 뒷날개에 있는 강박장애 체크 리스트 중에서 내게 해당되는 것들을 옮겨 적은 것이다.아니, 그런데 이게 정상이 아니라고? 강박장애 있는 사람만 이렇다고? 정말?!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아주 마일드한 강박장애를 갖고 있을 수는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믿고 살아오다가 어느 날 자각한 강박증. 그러나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여겼는데.. 책 뒷부분 p.381에 있는 강박사고 및 강박행동 점검표 테스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강박사고가 확실히 있다', 그리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강박행동이 있을 수 있다'고 나온 것이다.사는 데 있어 불편한 것은 없었다. 좀 피곤하기는 했지만. 나는 누구나 나 같은 줄 알았기 때문에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건가.놀라며 책을 읽어가다 깨달은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강박장애가 아니라 강박성 인격 장애인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p.48에 설명되어 있는 강박장애와 강박성 인격 장애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중대한 기능 장애를 일으킬 만큼 심각할 때 강박장애가 있다고 본다.한편 강박성 인격 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불편하긴 하지만 별나고 특이한 성격 특성인 것이다.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서 자기 주관대로 인생을 살되, 자기 방식을 바꿀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강박장애가 내 삶을 괴롭히지는 않으나 강박성 인격 장애로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하니 이제라도 고쳐야겠다.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먼저 서론에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에 관해 이야기하고 1부에서는 4단계 행동 치료를, 2부에서는 삶에 적용하기에 관해, 3부에서는 강박장애 치료법에 대한 안내서가 정리되어 있다.강박장애는 뇌의 문제이고 행동이 뇌를 바꾼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그 행동을 4단계 치료법으로 알려주며 다양한 사례들을 들려준다.계속해서 되풀이하여 이야기하고 있어서 자칫 지루한 느낌도 있지만 반복적인 설명이 강박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면이 있다.저자는 오랜 세월 연구와 시험을 통해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자기 주도 행동 요법을 통해 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 행동 요법을 상세히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일단 강박장애란 일반적으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라는 두 가지 증상으로 나타나는 평생 질병을 뜻하며 전 세계 인구를 기준으로 40명에 1명꼴로 강박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강박사고란 원치 않는데도 계속 떠올라 괴로움을 주는 생각과 심상인데 이게 저절로 없어지지 않으므로 무시하기가 어렵다. 강박장애는 뇌의 생화학적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이 생각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게 잘못된 메시지를 뇌가 보내는 상황이다. 이것을 브레인 락 Brain Lock이라 부른다. 그러나 행동치료 기법을 활용하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그리고 강박행동이란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강박사고가 불러일으키는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내고자 헛되이 수행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 행동은 실행에 옮기면 그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4단계 치료법을 통해 행동을 바꾸면 브레인 락에서 벗어나 뇌의 화학적 불균형을 바로잡고 강박장애의 증상들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4단계 치료법은 이러하다. 첫 번째 단계 : 재명명 / 두 번째 단계 : 재귀인 /세 번째 단계 : 재초점 / 네 번째 단계 : 재평가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재명명의 단계에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터무니없는 생각에 이것은 강박사고와 강박충동이라고 이름을 붙여 스스로가 그것이 현실이 아닌 가짜임을 인식하는 것이다.그리고 재귀인 단계에서는 이 충동이 나를 괴롭히는 이유가 강박장애라는 병 때문이라고 원인을 밝힌다. 그 후 재초점 단계에서 강박행동을 하지 않도록 참고 다른 행동에 집중하여 가짜 메시지를 피한다. 행동이 뇌를 바꾸는 것이다. 마지막 재평가를 통해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과 충동이 가치가 없음을 깨닫는 것인데 기록을 해두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이 책으로 강박장애를 겪는 이들은 불안의 가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주도 행동 요법을 통해 헛되고 힘든 강박행동에서 벗어나고 강박사고를 떨쳐낼 수 있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강박장애가 아니더라도 나의 건설적인 행동이 나의 뇌를 바꿀 수 있고 내가 명확히 실체를 파악하여 개선하고자 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사례가 많고 반복되어 지루했던 것만 제외하면 도움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