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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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아하는 나는 내가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어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경우이다.

어떤 식으로든 내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든가 만날 때마다 무례하게 굴었다든가 하는 이유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 문제만 해결되면 싫었던 이유와 상황과 그 감정까지 빠르게 잊는 편이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애초에 크지 않기도 하고 난 진입장벽이 낮은 사람이라 빠르고 쉽게 친밀해지는 타입인 반면 대단히 가까워도 선을 엄격히 지키는 편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덕분에 싫은 인간이 없는 편인데 이러한 나의 성향 때문에 타인이 느끼는 나는 어쩌면 가까운 듯 멀고, 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방심할 만한 사이는 아닌 그런 존재일 것 같다.

그랬는데 최근에 일 때문에 알게 된 누군가로 인해 골머리를 썩게 되면서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싫은 사람이 없다고 큰소리 땅땅 치며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은 근래에 그런 인간이 생겨버린 것이다.

골치 아프니까 그 사람과는 마주치는 일을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고 생각하지도 않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 많이 생각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곱씹고 있는 나를 보곤 한다.

이 책에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사랑하는 사람보다 거슬리는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할까? 왜 한순간에 사람이 싫어지는 걸까?

저자는 그것을 인간 알레르기라고 보며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과도한 이물질로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증상. 나는 그것을 '인간 알레르기'라고 명명한다. P.21



알레르기란 일반적으로 '과도한 면역 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즉 굳이 제기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이물질로 인식해서 공격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정의를 근거로 유추해 보면, 인간 알레르기란 '제거할 필요도 없는 타인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물질로 보고, 몸과 마음으로 거부하고 공격하여 없애버리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P. 25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와 그 이유들, 관계와 경험에서 나오는 나의 문제 혹은 타인의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어제까지는 좋았는데 오늘은 싫어지는 이유, 인간 알레르기의 역사, 인간 알레르기의 메커니즘, 인간 알레르기와 애착 시스템, 그리고 그 해법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 준다.

읽다 보니 지금 나의 상황과 아주 흡사한 사례도 등장했다.

[ 두 얼굴의 신입 직원]

기미코(가명) 씨는 30대 여성으로 병원에서 의료 사무 일을 하고 있다. 책임감이 강하고 일 처리도 똑 부러져 지금까지 힘든 상황을 몇 번이나 극복했다. 그런 그녀가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애당초 사건의 계기는 실력 있는 상사였던 주임의 퇴직이었다.

안 그래도 부담이 늘어났는데 새로 들어온 신입 여직원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녀는 성격도 밝고 말도 잘해서 처음에는 기미코 씨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함께 일해보니 일 처리가 미숙하고 실수도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료 기록 카드를 작성하는 도중에 다른 일을 부탁하면 진료 기록 작성은 그냥 내버려 둔 채 잊어버리고, 중요한 연락도 깜박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서 그러려니 생각하며 실수를 방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본인도 순순히 "조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또다시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가르쳐 준 방법대로 하지도 않았고 그저 자기 식대로 대충대충 처리했다. 애써 가르쳐 준 보람도 느끼지 못한 기미코 씨는 그녀를 다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최근에는 회사에 완전히 적응해서 그런지 일 처리가 더욱 태만해졌다. 하지만 그녀가 실수를 할 때마다 자신은 환자나 의사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런데 본인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넉살 좋게 주변 사람들에게 애교를 떨어댔다. 사무장이나 의사들도 밝고 좋은 사람이 들어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기미코 씨는 이제 그녀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혐오감이 들고, 목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돋는 것 같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왠지 화가 나서 기분도 가라앉았다. 급기야는 그녀와 같이 일할 바에야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p.114-115

위의 사례와 비슷한 나의 그 상대는 거짓말을 하여 순간을 모면하려 드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자신은 그 순간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일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짓말까지 하니 문제가 자꾸만 발생하고 그게 심지어 매일 매 순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인간 알레르기가 생겨나는 다양한 사례들을 들려주다가 3장에서 애착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착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간 알레르기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착 장애가 있는 사람은 더 이상의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드디어 5장에서 이러한 알레르기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실천할 수 있고, 이미 하고 있고, 수긍이 가는 그런 해법들인데 공감이 되기도 하고 알면서도 내게는 적용이 안되던 것들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되기도 한다.

간단하게 일부만 소개해 보자면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고 나서 내가 싫어하는 상대를 해부하는 과정을 갖는다. 좋은 점, 받아들일 수 있는 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점 등등. 그다음 단계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 보는 것. 나의 과거나 내면에 이유가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서로 신뢰할 만한 사람, 심리적 안전 기지가 내게 있는지 돌이켜보고 없다면 공감 능력과 자기 성찰력을 키우는 노력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인간관계와 심리에 관한 책은 그만 읽으려 했었는데 그래도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을 한 번씩 더 돌아볼 계기도 되고 그런 것 같다.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괜찮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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