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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 국민연금부터 필수 연금, 보험, 상속까지 노후 현금 흐름이 불어나는 퇴직 전 돈 수업
이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2년 12월
평점 :
나는 학부에서 악기를 전공했다. 덕분에 학교 다니는 동안은 물론 졸업 후에도 일자리는 꾸준히 있었지만 미래가 불안정하다는 생각에 뭔가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입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했었다.
사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합창단 반주를 하고, 교회 반주도 하고, 결혼식 축주도 하는 등 일은 많았고 내가 일한 만큼 벌 수 있었기 때문에 수입이 적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내가 일을 그만두는 즉시 수입도 끊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별다른 보너스도, 퇴직금도, 연금도 없기 때문에 언제까지 그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즉 언제 이 일을 정리하고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러나 벌어서 은행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꽤 이율이 높았고 돈을 불리기에 유리한 시기였던 것 같다. 주택 청약 통장도 만들고, 펀드에도 맡기고, 적금도 들고, 국민연금도 넣고, 생활비, 대학원 학비, 용돈뿐 아니라 부모님께 다달이 보내드리기도 하고 동생 등록금도 한 번쯤 내주며 생색도 내고 그러면서도 착실히 돈을 모아서 나는 늘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던 부동산 앞에서 집값을 알아보곤 했었다. '지금 갖고 있는 돈으로 전세비는 되겠지만 전세비와 집값이 별 차이가 없으니 여기서 조금만 더 모으면 작은 평수나마 목동 아파트 한 채 사겠는데...' 이러면서 말이다. 그때 샀어야 했는데. ㅠㅠ
그러나 난 그때 집을 사지 않았고(샀어야 했다고!) 유학을 가려다가(갔으면 어땠을까?)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되면서 예상하던 것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길게 주절거렸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에게는 은퇴통장이 없다는 그런 이야기. ㅋㅋ ㅡㅡ;;
결혼 후에도 반주를 하거나, 학생들 레슨을 하거나,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하며 돈을 벌기는 했는데 그것도 젊었을 때 얘기고 지금은 오직 남편의 수입에만 의존하여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은퇴통장이 있다면 그것은 남편의 통장이겠지. 우리 아이들이 어리고 하나 둘이 아니다 보니 (셋이다. ㅋㅋ) 은퇴할 때까지 열심히 벌어야 하고 은퇴 후에도 돈을 벌 궁리를 해야 할 판국이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다. 이 책을 읽는 나를 보며 식구들은 내게 어딘가에 숨겨둔 은퇴통장이 있는 거 아니냐며 농담을 했는데 내게 정말 돈이 많거나 숨겨둔 은퇴통장이 있었다면 이런 책을 굳이 읽어볼 필요가 없었겠지. 돈이 없으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읽어본 거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또 있다면 이 책은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 저자도 이야기한다. 수십억 자산보다 관심과 실천이 여유로운 노후를 만든다고.
현실적이고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알아듣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아는 내용이냐 모르는 내용이냐를 떠나 이럴까 저럴까 고민을 해 봤던 것들에 대한 조언도 얻을 수가 있었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던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아직 은퇴는 아니라며, 그때가 되면 무슨 수가 생길 거라며 막연하게 미뤄두었던 것들을 반성하며 정신이 들기도 했고.
1장 은퇴 준비, 돈 때문에 포기하지 마세요/ 2장 국민연금, 더 받을 수 있습니다/ 3장 퇴직연금, 절세와 수익률 싸움에서 승리하는 법/ 4장 개인연금, 없다면 지금이라도 가입해 불려야 한다/ 5장 주택연금, 내 집이 주는 또 다른 여유/ 6장 보험, 아플 일은 많아져도 핵심만 챙겨가자/ 7장 상속과 증여, 준비하지 않으면 가족이 고생합니다/ 8장 노후 연금 흐름을 늘리는 은퇴 재무 설계 워크숍 이렇게 8장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오 부장의 맞춤 은퇴 과외라는 제목으로 다양하고 실직적인 팁을 준다. 가령 30평대 마포 아파트, 주택연금 활용법이라든가, 변액연금보험 만기, 연금저축펀드로 갈아탈까요? 이런 내용들이다.
나 자신만이 아니라 부양해야 하는 노부모님 아직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어린 자녀들을 위해서도 공부해야 하고 알아둬야 하는 것 같다. 나처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이 분야의 1타 강사로 손꼽히는 재무 설계 전문가의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