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바람이 불었었는지 언젠가 20대 중반 무렵에 갑자기 일본어가 배우고 싶어졌었다. 그렇다고 따로 학원을 다니거나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하나도 모르는데 덥썩 책을 살 수도 없어서 새벽 5시반에 하는 EBS라디오 일본어 회화 시간에 매일 30분씩 들어보기로 했다. 교재도 없이 그저 그 시간에 라디오를 들으며 들리는대로 따라 적었다. 한글로 소리나는대로 말이다. 그리고 그 곁에 뜻을 적고 선생님이 읽어주는 발음을 열심히 따라하며 외웠다. 그러다 일본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책을 사다 외웠고 매일 그렇게 하다보니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누구누구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는 길을 가다 보이는 일본어로 쓰인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것을 읽을 수 있었을 때 몹시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간판에 적힌 일어는 뭐 특별하지 않아서 더 웃겼다. 무슨 글자인지 몰라서 늘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게 알고보니 돈까스, 스시.. 이런 것들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때와 대학교 때 제 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었는데 써먹을 데는 하나도 없었다. 화장품 포장지 읽을 때나 써먹을까... 외국어에 좀처럼 소질도 열심도 없던 나는 영어도 간신히, 프랑스어도 그럭저럭, 한자는 아무리 100점을 맞았어도 시험 끝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수준.. 그랬다. 그런데 일본어는 어순도 비슷하고 배울만 하다길래 순전히 호기심에서 그때 그렇게 공부했었다. 하다가 그만두고나니 점점 기억에서 사라져서 이젠 히라가나도 다 생각이 안나지만... 그러다 우리집 애들이 제2외국어로 일어를 배우고 공부하는 걸 보니 나도 그 때 생각이 났다. 다시 해 보고 싶었고. 해커스 일본어 첫걸음으로 공부를 해 보기로 했다. 이 책은 이 교재로 하는 인강을 들을 수 있는 할인쿠폰이 들어 있어서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발음하고 멋대로 이해하면 안되니까. 첫걸음이 중요하지 않은가. 그리고 일본어회화 무료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무료 MP3, 무료 히라가나 가타카나 암기 동영상, 무료 해커스 일본어 첫걸음 어플을 제공해주기도 할 거라고 한다. (하반기 출시 예정) 책을 펼치면 책 날개에 히라가나 오십음도가 적혀 있다. 매일 한번씩 책을 펼칠 때마다 읽고 쓰고 외우면 좋을 것 같다. 20일 동안 공부하도록 일본어의 기본 문형 리스트가 나와 있고 각각의 날에 공부하게 될 문형이 어떤 것들인지 목차에 정리되어 있기도 해서 그점도 좋았다. 첫째날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일본어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설명들이 아주 상세하고 보기 좋게 나와 있으니 반드시 그것들을 먼저 짚어보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고 나처럼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한글로 발음을 표기해 두어서 참고할 수 있어 답답하지 않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얼마나 되풀이하여 들춰봐야 했을지. 매일 공부한 후 풀어볼 연습문제와 정답이 있고(정답은 뒤에 첨부) 워크북과 히라가나, 가타카나, 기초 단어를 쓰면서 암기할 수 있는 쓰기 노트가 부록으로 제공된다. 책 뒷날개에는 동사 활용표가 있고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가 있다. 단 20일에 일본어를 마스터 하기는 어렵겠지만 여러번 되풀이 하다보면 또 길을 가다 간판을 스르르 읽게 되는 날이 다시 오겠지. 일본이 하는 짓은 괘씸하지만 일본이 일본하는거랑 내가 일본어 배우는 것은 별개니까 나는 외국어 배우는데에 재미를 붙여서 열심히 해 보는걸로.. 다음 학년 부터 일어를 하게 된다는 아이에게도 이 책을 방학 때 공부해보라고 권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