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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부법은 잘못되었다 ㅣ 모람모람 공부법 시리즈 1
모람모람 지음 / nobook(노북) / 2021년 5월
평점 :
학창시절 고3 때 내 앞자리에 앉았던 친구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매일 밤새워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했다. 그러나 잠이 모자라서 수업시간이면 졸았다. 앞자리 친구가 꾸벅꾸벅 졸아서 나는 그때마다 친구의 등을 쓰다듬어 주며 잠을 깨워주곤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시간에 잠이 들어서 성적이 안나오는 게 안타까웠다. 그 친구를 보며 나는 잠 잘자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적당한 복습을 하는 게 최고의 공부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했냐면, 그건 아니고 나는 잘자고 수업시간에는 집중했지만 나머지 시간은 놀다가 시간을 보낸..;; 암튼 그러다 대학에 갔는데 등록금은 비싸고, 고향을 떠나 혼자 자취하면서 딱히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던 나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사실 전공과목을 워낙 좋아해서 그랬던 것도 있고 그제야 공부하는 게 재밌어져서 그랬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대학 4년동안 한번도 강의를 빼먹은 적이 없었고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참고서적을 다 읽고 그리고 시험기간이 되면 딱 12번씩만 되풀이해서 보고 시험을 치렀더랬다. 그냥 어쩐지 12번을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다 외웠어도 12번, 시간이 남아도 12번 그냥 그렇게 책을 보았는데 그만큼 보다보면 범위 내의 교재와 노트를 외워서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어서 시험을 치르고나면 뭔가 아쉽곤 했다. 공부한 것에 비해 시험이 어렵지 않게 나와서 그랬다. 전공악기인 피아노는 벼락치기도 통하지 않으니 한학기가 끝나고 방학을 하면 그때부터 새로운 곡을 미리 연습했다. 그래서 방학을 마치고 새학기 시작할 즈음에 이미 그 학기에 연주해야 할 곡들을 어느정도 완성을 하곤 했다. 악보를 익히는 방법은 늘 비슷한 패턴으로 했는데 일단 어떤 곡이든 새 곡을 시작하면 처음 보는 악보를 양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쳐본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그렇게 끝까지 한번 쳐 보는 게 정말정말 중요한데 그렇게 한 번 치는 게 어떤 땐 하염없이 긴 시간이 걸릴때도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나도 감이 잡히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이고. 그러나 그렇게 세 번을 치고 나면 아까 한시간 버벅 거리던 곡을 세번째 칠 땐 30분 이내에 칠 수 있게 되곤 한다. (원래 2,3분짜리 곡;;;) 그럼 그때부터 양손을 따로 연습하고 같이 맞춰보고 마디마디 끊어서 연습하고 그걸 이어서 연습하고 리듬을 바꿔가며 연습하고 중간부터 시작해보고 뒷마디부터 연습하고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을 연구하고 자꾸 틀리는 부분을 따로 연습하고 ... 연습을 거듭하기를 틀리지 않고 외워서 완벽해질때까지 하는 것이다. 속도를 끌어올려야 하고 곡의 느낌을 살려야 하고 틀리지 말아야 하고 남앞에서 긴장해서 잊어버리지 않아야 하고... 그때쯤 대가들의 연주를 찾아들으며 내가 만든 음악과 비교해 보고 내가 연습한 것을 녹음해서 들어보고.. 내가 아는 공부법은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었다.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며 실수를 줄이고 모르는 것을 줄이는 것.
그런데 이 책 제목이 정말 도발적이다. <당신의 공부법은 잘못되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어쩌면 너무 무식하게 공부법이랄 것도 없는 방법으로 공부를 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은 나이 오십이 다 되어 내가 공부법까지 찾아가며 공부할 절실함이 있어서 읽은 책이 아니고 학생신분인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사교육 없이 오직 학교만 보내며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해 왔는데 그게 중학교까지는 가능했었다. 코로나도 없었을 땐 꼬박꼬박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퍼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과거에 내가 하던 식으로 아이들에게 시킨다고 될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이들 보는 책을 보면 분량도 너무나 많고 내용은 어려워서 이걸 온라인 수업 반, 학교 수업 반 하는 것 만으로 이만큼 따라가는 게 기특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내게는 이런 류의 책이 눈에 띄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잘못된 획일화된 공부법으로 시간만 보내는 시대에 분노한다며 책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르치며 습득한 공부법으로 공부하면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을 장담하는데 다만 아직 자신의 말을 따르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 자신의 공부법을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므로 책을 읽고 실행에 옮겨 입증해주기를 바란다고 쓰고 있어서 난감해졌다. 난감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니 앞부분은 어째서 우리의 공부법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그래서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론상 맞는 말인데 솔직히 내 심정으로는 저자가 하라는 대로 하려면 기본 이상 공부를 많이 한 학생이라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저자의 말이 틀리다는 뜻이 아니고 이대로 따라하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더라는 뜻. 뒷부분에는 저자의 조언이랄까 그런 게 담겨 있고 부록에 이 저자가 말하는 공부법의 필수 용어정리가 나와 있다.
역순복습, 순환복습, 적정단위, n.1 형태의 어학듣기파일형식, 첫자모힌트법, 평탄화작업, 그물망작업, 순간반복의 원리가 그것이다. 용어만 봐도 짐작이 되는 공부법도 있을 것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설명한 공부법을 이 용어정리가 보충설명해 주는 느낌인데 언제나 그렇듯이 관건은 이렇게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당신의 공부법은 잘못되었다길래 뭔가 아주 획기적인 특별한 공부법이 따로 있을까 했으나 쉬운것부터, 개념정리부터, 원리의 이해부터 해 온 것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해서 이론적으로는 납득이 되었으나 실제로 수학에 이 공부법을 적용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게 가능하려면 나만큼 수학을 못하는 사람에겐 몹시 어려울 것이 분명해서.. 역사공부할 때 연도부터 외우고 지도를 외우는 것부터 하라는 얘기는 수긍이 되었다. 제일 까다롭고 외우기 싫은 그것부터 다 해 놓으면 그걸 가장 많이 반복하게 되니까 더 낫겠지 싶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도움이 될 사람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어느 수준 이상 오르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될 것 같다. 고작 12번밖에 되풀이하지 않았던 나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촘촘하고 효과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저자의 공부법이었다. 나는 시험을 치를 일이 없지만 공부법 책을 읽은 기념으로 공부를 해 볼까 한다. 사실 공부는 참 재밌는 것이니 말이다. 시험이 문제지.. 그러나 재미있게 공부하다보면 시험이 기다려지는 날도 오는 법. 우리 애들도 그걸 아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