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어, 동명사, 수여동사, 부정사, 관사... 내가 영어를 어렵게 느낀 건 영어보다 한자가 문제였을까? 가뜩이나 영어도 생소한데 그 영어를 배울 때의 용어들이 더 낯설어서 이해하는데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말을 만들어 낼 수도 없고, 그런 가운데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려니 애들 표정이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모습.
영문법을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진도에 맞춰 공부를 하려다보니 어거지로 끌려가듯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에게 어떤 책으로 공부하게 하면 머릿속에 기본 뼈대를 세울 수 있을까 하고 영문법 책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나는 사실 쉽게 배우면 쉽게 잊혀진다는 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 좀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되풀이 하면 되는거라고, 스스로 공부하라고 아이들에게만 맡겼는데 아이들 영어점수를 보니 내가 그동안 아이들을 오히려 힘들게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그때 이 책이 눈에 띄었다. 30일 기초 영문법, 매번 시작만 하고 못 끝낸 영문법, 시원하게 완벽 마스터. 이렇게 표지에 적혀 있다. 매번 시작만 하고 못 끝낸... 이라는 설명에 현혹되었다. 어쩐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느낌.
책은 뜻밖에 두꺼웠다. 30일만에 끝낼 수 있는거 맞아? 하고 펼쳐보았다. 그랬더니 영문법을 우리말로 조곤조곤 설명해 놓은 느낌. 조곤조곤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책의 형식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영문법을 배우려는 등장인물 한 명을 내세워 저자와 대화하듯, 가르치듯 영문법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서도 선생님께 설명을 듣는 느낌으로 영문법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1권이라 15일 분량만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재미나고 수월하게 잘 읽힌다. 영문법을 공부하며(숙지하면서) 볼 맘이 아니라면 재밌게 하루만에도 뚝딱 읽어볼 수 있을만큼 술술 읽히는 책이어서 영문법이 어렵다는 인상을 좀 덜어주는 것 같다. 우리말로 설명하고 있으니 우리말만 잘 이해하면 일단 영문법이 조금은 만만해지는 기분도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배운 내용을 복습노트와 오늘의 퀴즈를 통해 재점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30일만에 영문법을 다 익히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감을 잡는데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다. 1권에서 다루는 내용은 뼈대, 5형식, 문장,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접속사, 12시제, 조동사, 동명사, to부정사, 그리고 분사까지이다. 2권에서는 1형식, 2형식, 3형식, 4형식, 5형식을 하루씩, 수동태, 후치수식, 관계대명사, 관계부사, 분사구문, 가정법, 비교구문, 특수구문, 첫 독해 그리고 첫 영작과 영어 대화가 나온다.
수업과 관계된 영상을 QR코드로 찾아볼 수도 있고 책이 단순하고 집중적으로 하려는 설명에 치중하고 있어서 하루 분량이 만만해보인다.
얼른 읽고 이해가 안되면 되풀이하고 이보다 어려운 책들도 찾아서 공부하는 식으로 몇번씩 거듭해서 찾아보면 공부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큰애에겐 이정도의 난이도인 책은 필요없을 것 같고 둘째에겐 한번쯤 쓱 읽어보기만 해도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영어를 따로 공부한 일이 없었던 초등학생 막내에게는 이 책으로 시작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집에서 이 책의 주인공은 막내 당첨. 다 끝내면 2권도 보게 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