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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언어 - 하늘의 언어, 땅의 언어
김준수 지음 / 밀라드(구 북센) / 2021년 4월
평점 :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에덴의 언어>라는 게 은유적인 표현으로 쓴, '크리스천의 말하기'나 '말'에 관한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읽어보니 이 책은 정말 에덴동산에서 쓰던 언어가 무엇이었나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가끔 생각해보긴 했다.
성경을 읽다보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모든 피조물들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며 아담의 아내 하와는 뱀과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것은 손이나 기계가 아니라 말씀이었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다고 성경은 이야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홍수를 겪은 인류가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겠다며 바벨탑을 쌓다가 서로 언어가 달라지고 혼잡해져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음으로써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고도 나와 있다. 그 전까지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다가 바벨탑 이후 여러 언어로 나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성경에서 이런 대목을 읽어가다보면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 궁금증이 아닐까 싶다. 그때 그들은 어떤 언어를 사용했을까 하는 것.
나는 언젠가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꿈에서 내가 간 곳은 '이 세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때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입을 열어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었다. 그 장면을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설명하기 어려운데, 누군가가 내게 말을 하면 입을 열어 어느 나라의 언어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가 하려는 말이 내게 들리는 듯이 전달되어 오면서 말의 의미가 깨달아지는 그런 것이었다. 알지 못하는 언어로 이야기를 해도 내게는 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 내게 닿고 깨달아지는 그런 식이었는데(내 설명이 빈약해서 그렇긴 한데 이게 텔레파시하고는 또 좀 다른 느낌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 꿈 때문인지 하늘의 언어는 그런 식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어느나라 언어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하긴 했으되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궁금증으로 시작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프롤로그, 이 책의 독서 가이드, 아아, 언어!, 인간의 언어, 신의 언어, 에덴동산의 세 가지 언어,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사용한 언어, 언어의 분화, 히브리어, 언어의 품격. 이것이 이 책의 목차이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목차는 이와 같으나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누구도 에덴의 언어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니 추측으로 쓰여진 글이기도 했고 에덴의 언어를 이야기 하려면 전제가 되어야 할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자는 그것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여러번 언급을 하고 있어서 이야기가 계속 되풀이되는 느낌이 들었다.
에덴의 언어라는 게 존재하려면 에덴이 있어야 하고 에덴에서 아담과 하와가 살았어야 하며 아담과 하와가 유인원같은 존재가 아니라 신과 인간과 심지어 뱀과도 소통이 되는 언어를 사용했어야 하는 등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정말 신이 천지를 창조했는지 그렇다면 그게 언제인지, 인류가 지구에 살게 된 것은 언제쯤인지, 아담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얘기가 되어야만 해서 에덴의 언어를 이야기 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로 그런 이야기들을 서술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에덴의 언어가 히브리어가 아닐까, 혹은 히브리어였으면.. 하는 바람을 내보이며(?) 에덴의 언어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데 이 모든 건 나름은 타당한, 그러나 누구도 증명할 수는 없는 추측일 따름이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에덴에서 사용한 언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녕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 아니었음이 다행이라 해야할지.
그리고 이 책에는 꽤 길게 부록을 수록하고 있다. 창조냐 진화냐, 과학이냐 종교냐에 대하여.
이분법적 사고를 갖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가 쓰고 있다고 나는 이해했다. 어차피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의견과 주장과 학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의 결론은 선한 말을 하자는 것, 베스 데이라는 작가가 쓴 시, "세 개의 황금문"에서 나오듯 그것은 사실인가? 그것은 필요한가? 그것은 친절한가? 이 세 가지를 말이 목구멍을 통과 할 때 먼저 생각해보고 이야기 하면 좋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가 세 가지를 더 덧붙여, 그것은 은혜로운가? 그것은 영감을 주는 것인가? 그것은 유익이 되는가? 까지 생각하고 말하면 훌륭한 언어가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에덴에서 쓰는 말이 무엇인가로 시작해서 선하고 덕이 되는 아름다운 말을 쓰자로 맺고 있는 글.
아 그렇다면 에덴의 언어를 궁금해 함은 결국 크리스천의 올바른 말하기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함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