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어를 눈치로 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요즘은 눈치도 없어져서 영어는 내게 너무나 먼 외국어가 되었다.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하겠다며 책을 보지만 어쩜 그렇게 할 때마다 새로운가. 그러나 나는 외국에 나가 살 일도 앞으로는 없을 것 같고 번역해서 나온 책도 있고 통역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영어 시험을 볼 일도 없다. 다만 내가 영어를 하고자 함은 그저 책 읽을 때 좀 더 편하기 위함이고 우리교회 외국인 선교사님이나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분들과의 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함이다. 소박한 바람 같으나 살아가는 내내 부담을 느끼는 걸 보면 내 공부가 부족함 탓일테고 사실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교재나 책을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나처럼 늙어서까지 고생하지 말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 영어를 더 가까이 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번에 내가 본 책은 영단어책이다. 동사편. 심화동사 1편이라고 나와 있다. 왜 1편이냐면 이 책에는 A부터 D까지만 수록하고 있어서다. 393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 A부터 D까지의 동사만을 싣고 있다. 400여개의 기본동사와 거기 추가된 A to D로 추가된 250개의 심화 동사. 1400여개의 예문. 그리고 800여개의 핵심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영단어를 단순히 단어와 뜻만으로 암기하는 것은 정작 말하거나 글을 읽을 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말처럼 조사가 붙는 게 아니어서 단어와 뜻만 덩그러니 알고 있으면 활용이 좀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문장 속에서 단어들을 공부하고 외우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단어들을 그렇게 정리해 놓았다. 한 단어 안에 있는 몇 가지 의미와 쓰임들을 문장 안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각 동사 뒤에 오는 구조에 따라 단어의 역할과 의미와 표현하는 바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강의도 수강할 수 있는데 기본 제공되는 무료강의를 들어보고 도움이 되는 경우 유료로 더 수강할 수 있고 mp3듣기 파일도 다운로드하여 들을 수 있다. 2편은 전치사, 3편은 어근과 접사편이라고 하니 E부터 Z까지의 단어들은 1편 그 다음 책들을 통해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겨가며 단어를 외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다음 페이지 읽을 때쯤엔 앞장이 왜 벌써 기억이 안나? 반복해서 익히는 수밖에 없겠다. 그나마 문장 속에서 구조를 익히며 외우니까 뒤로 갈수록 조금씩은 나아지겠지. 시간은 많이 소요되겠지만 어렵게, 힘들게 공부한 것일수록 오래 남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