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은 노예였고 못생겼었고(?) 그러나 지혜로웠고 우화를 통해 교훈을 남겼던 사람이라고 내 기억 속에는 남아 있었다. 어릴 때 읽었던 이솝 우화 말미에 이솝에 대해 짤막하게 나와 있어서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이솝 우화는 짧으면서도 강렬해서 재미나게 읽었으며 어느날 문득 생각나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마치 성경처럼...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읽을 땐 그냥 끄덕끄덕 하는 정도로 읽었는데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떠오르며 더 깊이 이해되고 그 말이 이 말이었구나 싶어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이솝 우화는 일부러 기억해 두었던 에피소드들도 몇 개 있었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하고 읽었던 것들. 또는 읽는 순간 '정말 그렇지!' 하고 공감이 되어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들도 있었고.대부분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읽고 또 읽고 했었더랬다. 그러면서 이솝은 어느 시대의 어느 나라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성씨도 모르고 그냥 이솝은 이솝이었을 뿐. 노예여서 성도 없이 그냥 이솝인가? 하고 막연히 추측했었고 이런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다지만 내게는 전설처럼 오래된 사람 같이 여겨졌었다.그러다 이솝 우화 전집을 우리집 아이들이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얘기에 (아니 왜 우리집 애들은 세상 모두가 다 읽는 고전 중에 안읽었다고 하는 책이 많은것인가. 나는 열심히 읽게 해 줬다고 생각했었는데..ㅠㅠ) 나도 함께 다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우화 원작 358편과 클래식 일러스트 88장이 수록된 책이다. 즉 내가 어릴 때 읽었던 간추려 놓은 이솝 우화보다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으며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옮겼다는 것, 그리고 국내 최초로 19세기 유명 삽화가인 아서 래컴, 월터 크레인, 어니스트 그리셋, 에드워드 데트몰드 등이 그린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읽으면서 나는 솔직히 당혹감을 많이 느꼈다. 내가 읽었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과는 온도차가 큰 이솝 우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하여 교훈을 주려는, 약간은 다듬어지고 재미나게 포장한 이야기가 아니라 상당히 거칠고 센 느낌. 팩트 폭력이란 말이 여기에 좀 어울리는 거 아닐까 싶은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다. 우리 애들이 처음 읽을 이솝 우화로는 재밌다는 느낌보다 뭐랄까 거칠고 인정머리 없는, 날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려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아니 궁금증을 풀게 된 것은 이솝이 그리스인이며 이솝은 영어식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아이소포스'. 기원전 620~564년경 사람이라 한다. 그리고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므로 나는 이솝이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나 그들의 습성을 관찰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지어냈나보다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리스에는 살지 않는 동물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솝이 리비아 출신이라는 설도 있고 노예로 잡혀온 아프리카 흑인이라는 설도 있다고.. 또한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이솝 우화는 그 수가 확정되어 있지 않고 몇십 개에서 부터 많게는 600개 까지로 추정한다고 한다. 읽다가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가 우리나라 전래동화가 아니라 이솝 우화였다는 사실에 놀라고 나 어릴 적에는 교과서에도 이솝 우화들이 실렸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며 반갑게 읽었다. 살면서 또 불현듯 생각나는 장면들이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