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국에서 일 년 동안 살기로 했다 - 좌충우돌 네 가족의 영국 체류기
석경아 지음 / 프롬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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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만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모한 거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영국에서 일 년 동안 살기로 했다는 4인 가족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1년 살고 돌아와서 쓴 글이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영국에 가서 1년 살다 돌아오기까지의 1년을 알뜰하게 기록한 책인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외국살이를 준비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단기간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막상 외국살이를 가려고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염려되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아서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좋을지 막막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조목조목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먼저 겪어본 사람의 안내서가 있으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이 책은 공부하러 가게 된 남편과 이 책의 저자인 아내 그리고 어린 자녀 둘 이렇게 일가족이 영국의 리즈에서 1년간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한 책이다. 저자가 아내이기 때문에 남편의 입장보다는 언어와 문화에 더 서툴고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도맡아 하는 아내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서 같은 입장이었던 나에게 깊이 공감이 되었다. 우리가 미국으로 갔던 그 시절과 처지가 비슷해서 그랬던 거 같다. 읽기 전에 생각하기로는 미국과 영국이 비슷한 듯 다른 면이 많을 것 같고 이민자의 나라이자 한인들이 많은 미국보다 영국에서의 삶이 어쩌면 더 힘들 것 같다 싶었는데 읽어보니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았던 기록을 보고 있자니 지나간 것은 다 아름다운 추억이고 그립기 마련이라 해도 이렇게 좋은 면을 더 바라보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 가족을 응원하게 되었다. 유학을 다녀와서 사사건건 그들과 우리를 비교하며 불평과 비판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느낀 불편함 덕분에 상대적 우월감을 갖게 되거나 비교 발전의 기회가 더 생기는 일도 있긴 하겠지만 같이 불편한 기분이 되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내 마음도 차분해지고 내 삶에 감사하게 되고 더 좋은 일이 있기를 응원하게 되고 그랬다.

유학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는 형편이 넉넉치 못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미 가정을 이루어 유학을 떠나는 게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러나 다녀온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결과론적인 말일 수도 있고 어쩌면 상투적인 표현일 수도 있으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형편과 처지를 핑계대지 않고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다보면 꿈만 꾸던 그 길이 현실이 되어 있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 아쉬움도 있고 후회도 남지만 하지 않아서 생기는 후회보다 직접 경험하고 얻은 결과가 크든 작든 더 값지게 쓰일 수도 있고.

나는 미국에서 6년을 살았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내게도 아주 어린 아기가 있었고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남편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러 떠난 것도 같았다. 당연히 다녀온 후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의 경제력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으며 영어가 유창한 것도 미국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럴 때 도움이 되어주는 것, 그때의 좋은 만남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며 잊을 수 없는 것인지.

먼저 경험한 사람의 이런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꿈을 꿔 볼 수 있게 해 주는, 또는 꿈을 현실화 하는데에 도움이 되어주는 안내서가 되어 줄 것 같다. 나는 내 블로그에는 착실하게 그 과정을 적어왔지만 사람마다 형편이 다를텐데 하는 생각, 내 경험이 특별하지 않은데 하는 생각, 모든 유학을 일반화 시킬 수도 없다는 생각... 등으로 책을 쓸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글도 잘 못 쓰기도 하거니와) 이 책을 읽고나니 나같은 사람에겐 공감을, 같은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국이라면 유럽 여행 중 런던에서만 하룻밤 지낸 기억이 전부였던 나에게 영국에서의 삶도 나쁘지 않겠는걸! 하는 생각과 함께 단기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기도 했다. 과연 그런 날이 다시 오려나... 저자처럼 10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꿈꾸며 살아봐야겠다. 그리고 좋은 만남과 인연이 많은 저자의 가정을 보며 이들이 좋은 사람이었겠다는 짐작도 해보게 되었고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읽기 전에 책에 대해 짐작했던 것과 읽어가면서 하던 생각은 다르지 않았는데 다 읽고나니 뜻밖에도 내가 내 삶을 더 잘 살아가야겠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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