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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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긴 뒤끝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은 맞는 말이더라. 이미 자기 성질대로 다 했으니 뒤끝이 남을 게 없어서 그런 것이었다. 대신 그런 사람 때문에 곁에 있는 사람들은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입은 감정들은 해결되지 못하고 마음 한켠에 쌓여 있다가 세월이 꽤 흐른 후에도 불쑥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때 다 지난 일을 가지고 뭘 그리 예민하게 구느냐고 핀잔을 듣고 또 상처를 입는다. 뒤끝없다는 그 사람이 입힌 상처로 그렇게 된 것인데 나만 예민한 사람이 되는 경우다.

가족이니까 이런 말도 할 수 있는거지, 또는 너를 생각해서 해 주는 말이니까 오해말고 들어.. 라고들 하며 충고인지 조언인지를 해 주는 사람도 있다. 잘 들어보면 사실은 비난일 때가 많다. 충고인 척, 조언인 척 하는 그 애매한 말들에 언짢아하면 나는 다시 예민한 사람이 된다.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그 말을 고깝게 들어? 나니까 이런 말도 해주는 건데' 라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정서적 폭력을 입힌 가해자와 심리적 내상을 입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에 대해 얘기한다. 기질적으로 원래 예민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상황과 문제에 의해 예민한 상태에 놓은 사람의 이야기다. 자신의 무례함을 상대의 예민함으로, 자신의 배려없음을 상대의 옹졸함으로 바꾸어 버리는 그런 사람, 그런 경우, 그리고 그럴때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야기 한다. 경계의 문제라는 것. 나와 타인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경계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 그들에게서 회피와 방관, 침묵과 도피로만 대처하지 말고 서로서로 심리적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또한 나역시 때때로, 혹은 그보다 자주 그 경계를 넘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알려주면서 따로 또 같이 적정선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라고 조언한다.

제목이 일단 가장 후련했고 읽어가는 동안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의 응어리들이 해결이 되기도 하고, 반면 나도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누군가에게는 이런 류의 상처를 입힌 적이 있었겠구나 싶어서 반성이 되기도 했다. 내마음을 챙기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공들여 해 주어야 하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아가는데에 현실적인 조언이 될 얘기들도 있어서 자기편이 필요한 사람,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 용기가 필요한 사람, 확신이 필요한 사람 등에게 심리 테라피가 되어 줄 것이다. 나는 반추적 사고를 그만해야 겠다는 개인적 깨달음을 얻었고 중독은 결핍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도 의미있게 생각하게 되었다. 잘 보이려 애쓰지 말고 잘 지내려 애쓰면서 묵은 감정을 잘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쉬울 것 같으나 쉽지 않아 이제까지 못해온 일 그러나 그 시작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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