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의 부제는 '밋밋한 글을 근사하게 만드는 100가지 글쓰기 방법'이다. 원 제목은 <<100 Ways to Improve Your Writing>>이고. 1985년 발행된 책인데 내용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예시를 보완하여 재출간한 35주년 기념 특별판이라 한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글을 쓰는 것에 별 부담이 없다. 잘 쓴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고 어려서부터 많이 쓴 데다 글을 잘 써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부담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부담이 없다하여 내 글이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이 정말 못 마땅하다. 일기를 쓰든 독후감을 쓰든 간증문을 쓰든 다 똑같아 보여서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잘 못쓰는 건 둘째치고 왜 성격이 다르고 주제가 다른 글이 모두 똑같은건가 말이다. 내용과 주제가 다름에도 내가 쓴 글은 다 똑같아서 문제점을 찾고 싶었고 고치고 싶었다. 그러나 글쓰기 책을 아무리 읽어도 내 글이 나아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일단 글쓰기 책에서 하라는대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언제나 그 책들의 조언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게 되지도 않고. 결국은 다시 내 식대로 쓰게되니 또 똑같아지더라는 사실. 그렇다고 해도 글은 잘 쓰고 싶으므로 이 책을 읽었다. 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라면 그럼 무엇 때문이지?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보니 그 이유가 100가지나 되었다. 이 책의 저자 개리 프로보스트는 미국의 유명한 글쓰기 전문가라고 한다.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을 읽고도 읽은 이의 글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글쓰기에 대해 쓴 자신의 책임이지 읽은 독자의 탓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군. 일단 마음이 가벼웠다. 다 읽고도 여전히 내 글이 구린 건 개리 프로보스트 때문인게 되니까. 그러나 글쓰기 책을 읽은 후 글을 쓰는 나는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이제부터의 내 글을 읽고 난 사람들의 마음을 내 글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내가 잘못 쓴 게 될테니까. 어떻든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써야겠다. 글을 쓸 때는 우선 내가 쓰고자 하는 말이 확실히 있어야겠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분명하게, 알아듣기 쉽게 써야겠다. 하고자 하는 내용과 글을 성격을 정하고나면 이 책에서 조언한 100가지 방법들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구사하여 글을 쓰면 될 것이다. 읽다보니 내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많이 보였다. 이 책의 장점은 그런 경우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들어 독자 스스로 깨우치게 해 준다는 것이었다. 어쩜 나는 그리 나쁜 예에 해당되는 글을 주로 쓰고 있었던 것인지..;; 잘 쓰려면 필요없는 말을 잘 지워야 한다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 특히 문법에 맞게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뜻만 잘 전달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가 문법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맞춤법과 문법이 틀려서 글이 구린 건 아닐망정 그 두가지가 엉망인 글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잖나. 이 책은 미국인이 썼으므로 영문법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다. 문법책 읽는 기분이 잠시 들었다. 다행히 한국어로 쓸 때의 유의점이 덧붙여져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책은 마치 빨간 펜을 들고 첨삭과 코멘트를 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자세하게 글쓰기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죄다 다루고 있다. 그런 책인데도 재미있다는 게 장점이고 내 글의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이 책의 좋은 점이었던 것 같다. 내 글이 나아질거라는 보장은 못하겠지만 쓰면서 고쳐나가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어떤 목적의 글쓰기를 하든 도움이 될 책, 한국어 글쓰기 팁까지 있어 더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