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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인생론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1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솔제니친이 말하길 "이 세상에서 단 한 권의 책만 가지라 하면 주저함 없이 이 책을 선택하리라"고 했다한다. '그 정도의 책이라고? 게다가 톨스토이의 책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 [톨스토이의 인생론]이다.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같은 장편 외에도 바보 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단편소설을 통해 좋아하는 작가였기에 그의 인생론이라는 이 책이 궁금했다. 읽어보니 이 책은 그의 인생관이 담긴 140가지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가 쓴 글을 비롯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가 읽고 선별한 글들이 담겨 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글도 있고 그가 서문에서 직접 밝히고 있듯이 자신의 말로 바꾸고 축약하거나 빼기도 하여 원문과는 조금 다른 글로 수록한 글도 있다한다. 140개의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크게 뼈대를 이루는 사상이 느껴진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가 중요하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사랑을 가지고 친절하고 겸손하게 살라는 것 등이다. 사람이란 무엇이고 인생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고 사색하고 성찰하며 구했던 흔적이 느껴진다. 20여년도 더 이전에 읽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바보 이반을 통해 톨스토이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나는 이 책의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게도 이런 노트가 있다. 물론 내 노트는 톨스토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겠으나 나름 내 인생관과 관심사가 담긴 노트가 되겠다. 주로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하거나 감동 받았거나 흥미로웠거나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들을 옮겨 적은 노트인데 그 노트는 내가 선별하여 적은 것들이라 그런지 남이 쓴 글이지만 내 마음이 그 글들에 담겨 있는 느낌이 든다. 톨스토이의 이 책은 직접 글을 쓰기도 하고 많은 글을 읽고 삶을 살아가며 그가 직접 선별한 글의 모음이라 그의 인생관이 담겨 있는 책이며 톨스토이의 인생론이라 불릴만 한 것 같다. 짧아서 한 권을 다 읽는데에는 불과 한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귀담아 들을 만한 실질적 조언들이 가득한 글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라고 한정지은 것은 종교색이 강해서(?) 공감을 덜 느끼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어디까지나 내 노파심이고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인생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해 줄 지침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베껴적은 구절들을 소개해 보자면,
p.50. 만약 어떤 사람이 당신한테 불만이 있다면, 당신이 옳은데도 당신에게 찬성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건 그의 책임이 아니라 당신이 그 사람에게 충분히 친절하게 대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당신 책임이다.
p.54. 사랑 없이 사람을 대할 수는 없다 ...인간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람을 대할 수는 없다.
p.59. 이렇게 해야 하는지 저렇게 해야 하는지 고민일 때는, 오늘 저녁에 당신이 죽을 수도 있고, 아무도 당신이 죽은 사실을 모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보라. 죽음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마무리하도록 박차를 가한다.
p.66. 신을 사랑하지만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지만 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p.71.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의 가르침을 귀담아듣지 않고 신을 숭배할 뿐이다. 숭배하는 것보다 가르침을 귀담아듣는 것이 더 낫다.
p.78. 그리스도는 마지막 계명에 그의 모든 가르침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는 "너희가 믿는다면"이라고 말하지 않고 "너희가 서로 사랑한다면" 이라고 말했다. 믿음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지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사랑은 영원하다.
p.107. 하느님은 사랑이다. 사랑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있고, 그 사람 안에 하느님이 살고 있다. 우리가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신은 우리 안에 있다.
p.116. 시간을 존재하지 않는다. 작고 무한한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이 현재 속에서만 우리의 삶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현재에 모든 정신력을 집중해야 한다.
p.126. 이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것은 없다. 아무리 견고하고 단단한 것이라도 물을 이길 수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 모든 사람들이 이 법칙을 알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한 것을 이긴다. 그러므로 겸손과 침묵이 훨씬 유리하다. 아주 적은 사람만이 진정으로 겸손하다.
p.130. 만약 화를 낸다면 악을 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악한 습관까지 만들어내고 앞으로 생길 악을 자기 내면에 키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p.139. 신을 기억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하는 모든 행위에 신이 따라다니며 지지하거나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러시아 농부들은 "당신은 신을 기억합니까"라고 말한다.
p.174. 당신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 당신은 울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은 기뻐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울도록 삶을 살아야 한다.
p.176.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어떤 사람은 친절한 사람, 어떤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 어떤 사람은 나쁜 사람, 어떤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계속 변한다. 사람은 강물과 같이 흐른다. 내일이 되면 그는 과거의 그가 아니다. 어리석었다가 현명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선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 당신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순간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