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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 -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 그림책 태교
전은주(꽃님에미)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8월
평점 :
'여행은 서서 읽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잖아요? 모든 독서는 여행입니다.' (p.111) 이 말처럼 나는 이 책, "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를 읽으며 앉아서 여행을 하고 왔다.
태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림책으로 하는 태교 이야기인데 태교와 아무 상관 없어진 지금 이 시점에 태교 그림책을 읽으며 나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이들을 생각하고, 남편을 생각하고, 가정을, 이웃을, 그리고 나를 생각하는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읽어가는 동안 얼마나 마음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어 입술을 꽉 깨물었는지 모른다.
위로가 되기도 했고 반성을 하게 되기도 하고 나도 그림책 더 많이 읽어줄걸, 아니 내 마음에도 담으며 읽을걸, 남편에게도 같이 읽자고 할걸.. 이런 생각도 했다.
지금이라도 하나 더 낳아 그림책 태교를 하고 싶게 만들어 주었던 책!
그런데 실은 그림책도 좋지만 그런 책을 통해 이만큼 깊고 재밌고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작가 꽃님에미님의 이야기가 더 좋을 때가 많다. 그래서 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를 그림책 보다 더 먼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읽고나면 그림 많은 게 그림책인 줄 알았더니, 애기들이 읽는 책이 그림책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잖아? 싶어지면서 그림책을 읽는 내가 달라지고 곁에 있는 사람을 보는 나도 달라지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를 위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우리집 아이들은 어느새 꽤 많이 자라서 우리 집에는 그림책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위해서라도 그림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상깊었던 대목이 여러 군데 많고도 많은데 그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엄마 노릇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기억해주세요.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않기, 아이에게 최고만 주려고 하지 않기. 대신 나의 상처 때문에 아이를 아프게 하는 일이 없도록 내 상처는 내가 잘 다스리기." (p.121) 이 글귀가 내 마음에 오래 남은 이유는 뒷 문장 때문일 것이다. 나의 상처 때문에 아이를 아프게 하는 일이 없도록 내 상처는 내가 잘 다스리기... 내가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난 내 상처 때문에 주변인들까지 아프게 하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 내가 내 상처를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내 마음을 잘 다스려서 아이 앞에서는 그리고 남편 곁에서는 내가 먼저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어주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엄마의 사전'이 나온다. 몇단어 옮겨보자면 이런것들이다.
모성애: 아기가 잠잘 때 가장 강하게 불타오른다. 체력: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벌레: 강해서 잡는 게 아니야. 널 위해 잡는 거야. (p.137) 이 중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면서 마음이 슬퍼졌던 건 '외롭다'였다. '24시간 함께 있기에 가장 진하게 느껴지는 것.' ㅠㅠ 나와 함께 있는 사람도 외롭다 여기고 있으면 안되는데...
이 책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 다정한 설명들과 함께 그림책들이 소개되므로 소개해 준 책들도 아울러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자녀를 출산할 부부, 결혼을 앞둔 부부 뿐 아니라 나처럼 그림책과 동떨어져 보이는 나이의 사람들이나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도 작가가 소개하는 그림책과 더불어 그 책들을 소개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내가 웃어야 그 사람도 웃는 관계. 그 사람이 웃어야 내 웃음도 진짜 웃음이 되는 관계. 그건 부부더라고요.' (p.232)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라면 정말 행복하겠지? 마주보며 웃는 부부도 행복하고. 날 웃게 해 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웃어주고 그래서 진짜 같이 웃는 가정을 만들어야겠다. 너무 늦은 게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