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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뮬레이션 - 모의실험 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조혜정 지음 / 나무발전소 / 2020년 7월
평점 :
'이혼 시뮬레이션'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해 온 가사사건 전문 조혜정 변호사의 책이다. 제목이 '이혼 시뮬레이션' 이라서 얼핏 이혼을 조장하는 것인가 하고 오해할 수 있으나 이 책은 내 가정이나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위험에 대해 대비가 필요함을 이야기하며 결혼과 이혼, 가족, 남녀관계, 외도, 재산분할문제 등을 Q&A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본문은 크게 4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번째 파트에서는 결혼과 이혼, 두번째 파트에서는 이혼의 가장 큰 사유 중 하나인 외도에 대한 내용들, 세번째 파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겪는 재산, 재산분할, 상속 등을 다루고 마지막 네번째 파트에서는 유산, 양육비, 위자료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가능한 법률용어를 쓰지 않고 있어서 읽고 이해하는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뿐 아니라 덕분에 각 사례들에 더 집중하고 공감해가며 읽을 수 있었다.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도 담겨 있으며 그 부분은 상당히 신선했다. 전혀 꼰대스럽지 않게 조언을 하는데다 나무라지도 않으면서 다독여주고 방향도 찾게 해주고 해결방법까지 일러주니 내가 질문자나 의뢰인이 아님에도 고마움이 느껴졌던 것..
나는 매사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편인데 이혼 시뮬레이션도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도 살다보면 이혼을 떠올리는 순간들이 오기도 하지 않겠는가. 그걸 지혜롭게 극복해가며 다시 사는거지 뭐.
이혼은 그러나 그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고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크게 느껴졌다.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며 삶의 실패도 아니고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이혼이다. 그럴 때 이혼을 겪는 이들은 잘 수습하고 잘 살아가도록 노력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에 대해서는 자꾸만 감정적으로 대하는 성향이 내게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어가며 나는 현실적이고도 냉정하게 사고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이 이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비단 이혼문제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들을 대할 때에도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이혼을 "모의실험 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라고 얘기한다. 책을 전부 읽고 나니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단순히 하라 하지마라의 차원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이혼의 성립과 과정, 뒤따르는 일들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읽어가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수가 있고 그럴 때 어떻게 해야 좋을지, 그렇게까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책을 통해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살다가 가정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될 때가 생긴다면 반드시 전문변호사와 상담을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은 법을 아는 전문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려는, 혹은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그러니까 결국은 우리 대부분에게, 읽었을 때 도움이 될 책 같다.
책을 읽다가 밑줄 그은 문장들을 몇가지 옮겨 보겠다.
p.35 이혼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 확고한 마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혼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 상태라면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p.38 시누이들에게 고합니다. 동생, 오빠 가정에 개입하지 마셔야 합니다. 우리 엄마에게 함부로 하는 것 봐줄 수 없다고요? 엄마와 올케 사이에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p.57 땅을 치게 억울한 일을 당하셨나요? 너와 나와 하늘이 알아도 법원이 모르면 당신의 청구는 기각됩니다. 이 일에 너의 잘못이 없다라는 법원의 판결문은 당신의 새출발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p.99 잘못(외도)을 했으니 내 분풀이를 조용히 당하고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무리 내가 잘못했더라도 계속해서 폭언, 폭행을 당하거나 추궁을 당하면 그런 상황을 끝까지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점 꼭 기억해 두시길 바라요.
p.100 위기를 넘기려면 지난 일은 완전히 덮어야 한다는 것, 응징에 착수하게 되면 그때부터 상황이 나의 본래 의도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p.107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면 부부관계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전으로 회복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p.121 애정은 사라져도 의무는 남는 관계, 그게 가족관계입니다.
p.149 결혼하기 전 상대방이 법적인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공적인 장부를 통해서 확인하는 절차가 꼭 필요.(혼인관계증명서)
p.155 사해행위는 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사람이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제 3자와 짜고 자기 재산을 제3자에게 넘겨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p.160 사실혼 관계에도 사실혼 기간 중에 같이 모은 재산을 분할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됩니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p.163 자필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 작성연월일, 성명, 주소를 직접 자필로 쓰고 날인을 해야 효력이 인정됩니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아무리 본인이 작성한 것이라도 법적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p.173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기타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상태에 이른 성인에 대해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임명해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p.183 혼인신고를 안 하면 헤어질 때 재산을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건 잘못된 상식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사실혼 관계로 인정받을 정도의 부부 공동생활이 있으면 헤어질 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혼인기간 중 공동의 노력으로 축적한 재산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됩니다.
p.195 부동산을 상속하는 경우에는 꼭 공증유언을 해야만 합니다. 자필유언만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