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전공했다. 심지어 내가 나온 과는 음악과도 아니고 음악학과였다. 다니는 동안 동기들끼리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음악학 맞냐고들 했었지. 아무튼 그랬는데 난 내 전공악기 실력도 별볼일이 없고, 학교 다니며 배운 것도 이제는 다 잊어버려서 가물가물 하다. 그러나 늘 어디선가 클래식이 흐르면 주변인들은 날 쳐다본다(고 느껴진다). 그럴때면 뭔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혹은 책임감이 막 느껴진다.그리고 피아노가 놓여 있으면 친구들은 내 전공악기가 피아노니까 피아노 곡을 한 곡 연주해보라고 한다. 무대공포증 땜에 대학원 갈땐 실기가 필요없는 음악교육학으로 바꿔 공부한 나에게! 그래도 가장 좋아하던 과목이 음악이었고 잘하던 과목도 음악이었고 학교 다니는 내내 음악 전공이라 즐겁고 행복했으니 그걸로 족한데 유독 오페라만큼은 친해질 틈이 없었던 것 같다. 성악도 좋아하고 음악감상도 좋아하는데 왜 오페라는 좋아지지 않았던건지. 참을성을 가지고 인내심을 발휘해 보지만 익히 들어 잘 아는 곡이 나올 때만 반갑고 그 외의 시간은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주 오페라를 접하려 하지도 않았고. 모든 노래와 대사가 음악으로 되어 있는데 그 언어들을 알아들을 수 없다보니 미리 줄거리만 파악한 것으로 오페라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답답했고 따라서 공연은 길고 지루하게까지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은 아주 반가웠고 꼭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장 빼 입고 오페라 관람하자가 아니고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을 하자는 것으로, 멀고 어렵고 지루하다고만 여겼던 오페라를 조금은 만만하게 또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오페라 해설가인 저자가 쉽고도 재미나게 오페라의 세계로 안내해준다. 기본적인 용어부터 작품 해설까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 작품들은 단순한 줄거리가 아니라 각 막을 구분하여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으며 QR 코드를 통해 바로바로 작품을 감상해볼 수도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더더욱 도움이 된다. 얼마전 우리집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듣는 도중에 오페라를 감상하고나서 감상문을 쓰는 과제가 있다며 어떤 식으로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더랬는데 그 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훨씬 풍부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여 감상문을 쓰기에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 1장에서는 오페라에 대해. 2장에서는 오페라 곡의 구성을. 3장에서는 오페라 관람하는 법에 대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2부와 3부는 오페라들을 직접 해설해주고 있는데 2부는 희가극 오페라들을, 3부는 비가극 오페라들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선정해서 설명하는 희가극 오페라는 모두 5곡으로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세비야의 이발사, 라 체네렌톨라 그리고 사랑의 묘약이다. 그리고 3부 비가극 오페라로는 4개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그리고 라 보엠이다. 제목만 들어도 아하! 하며 익숙한 멜로디가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자주 접하지 않거나 어려울거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자주 들어본 곡들이 이 오페라 안에 많이 들어 있다.이제는 이 책의 도움으로 오페라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갖춘데다가 유명한 오페라들의 내용까지 각 막마다 알게 되었으니 오페라를 감상할 때 훨씬 감동적으로 듣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페라를 감상하며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