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은 뒤에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Coram Deo 라는 라틴어였다. '코람데오는 '하나님 앞에서' 라는 뜻으로 의식적이며 지속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거룩한 삶,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삶을 살아감을 의미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나중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책은 성경이야기를 담고는 있으나 뭐랄까 의도적으로 거룩함을 벗겨내어 자칫 불경스럽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신앙에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인 나에게는 이 책으로 인해 성경을 누군가에게 잘못 전달하는 일이라도 생길까봐 우려스러웠고 과도하고 자의적인 해석이 마땅치 않은 대목도 있었으며 오류도 있었는가 하면 작가의 해석에 따른 첨언도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하지만 저자는 조롱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며 거룩을 벗어던짐으로써 성경에 접근하기 쉽게 소개하여 저자가 성경을 발견한 순간 느낀 황홀한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보았다. 성경은 크게 구약과 신약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구약은 39권 신약은 27권, 총 66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 66권을 모두 다 담고 있다. 각 서마다 2~3페이지로 소개하고 있으며 그 짧은 페이지에 성경의 줄거리 또는 가장 중요한 대목을 간추려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텐데 그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능한 한 해마다 성경 일독을 하려 하는 편이고 필사도 하곤 해서 나름 성경을 모르지는 않는다고 여겼지만 요약 같은건 해 볼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성경은 문체가 예스럽고 번역투인데다 시대와 역사를 알지 못하거나 비유의 말씀 등으로 인해 해석하기 어려우며 이해하기도 쉽지않을 때가 아주 많다. 분명히 여러번 읽었음에도 나중에 다시 읽을때면 "아니 성경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 할 때가 많기도 하고. 그런면에서 이 책은 성경 고유의 문체와 내용을 걷어내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쓰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저자의 연구와 노력은 인정한다. 그의 해석이 전적으로 옳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서 그것을 감안할 수 있는 이들이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이들의 의견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성경을 아직 한번도 읽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이 성경 보다 성경에 더 접근하기 쉬우니 이 책부터 읽어보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나는 끝까지 읽다보니 뜻밖에 감동이 일었다. 특히 구약보다 신약이 그러했고 신약에서도 복음서 부분보다 바울 혹은 그 외 예수님의 제자들이 쓴 서신서 등을 읽을 때 그랬다. 이것이 나의 개인적인 감동인지 저자가 그 대목에 더 힘을 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읽는 나의 상황과 처지에 따른 느낌이었겠지.. 이 책의 원제목은 God is disappointed in you.이다. 원제를 알고나니 이 책의 전반적 분위기가 조금은 더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문득 마음이 아팠다. 하나님께서 내게 퍽 많이 실망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과연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살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오래 참으시고 깊이 사랑하시며 긍휼과 자비가 충만하신 하나님을 이용하여 죄짓고 회개하기를 숨차게 되풀이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시 말씀으로 돌아가 읽고 깊이 묵상하고 싶어지게 만든 책이었다. 하나님 말씀을 가까이 하고 늘 읽고 묵상하는 것은 말씀대로 살고자 함이다. 읽고 교양을 쌓고 지식을 채우고자 함이 아니고. 그리고 그 결과 하나님은 다시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비록 내 힘과 노력과 의지로는 불가능하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것이긴 하지만.p.281 그리스도인이 되기는 쉽지만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는 마치 거북이 등을 안마하는 것처럼 곤란하고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삶에 쾌락과 유혹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p.283 복음을 전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 낙심하지 마십시오. 그저 진실을 말하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십시오.p.288 그리스도의 사랑을 선포하면서 추천장을 건넬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추천장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과 용서를 행하는 것이 이력서를 건네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더욱더 설득력이 있습니다.p.295 서로에 대한 지저분한 농담이나 뒷담화를 삼가십시오. 그것이 교회를 안에서부터 삼켜버릴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용서하셨듯이 우리도 서로를 용서해야 합니다.p.308 공개적인 기도시간을 이용하여 비열한 언사로 서로를 비방하거나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십시오.p.326 악마도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 그래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그분의 존재를 인정하는 너희의 기꺼운 마음에 놀라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믿음이 아니라 헌신을 원하신다. 믿음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가치가 없다. 만약 너희가 믿음은 충만한데 과부와 고아가 굶주려 죽게 놔두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의 일을 시작하거나 너희 자신을 다른 무엇으로 부를 필요 없다. 행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행하는 것만이 너희의 믿음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다.p.326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듣고 행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거울 속을 들여다보고 돌아선 순간 자신의 모습을 잊어버리는 사람과 같다.p.327 서로를 심판하지 마라. 우주를 통틀어 심판할 자격을 갖춘 판관은 오직 하나님 뿐이시다. 고로 너희가 누군가를 심판할 때는 기본적으로 너희가 그분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하나님께 말씀드리는 것이다.p.335 정녕 그리스도께서 보낸 자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그가 이웃을 사랑하는지 보는 것이다. 사랑은 그리스도가 손꼽으신 최고의 덕목이었다. 그러니 이웃에게 증오에 찬 행동을 하는 자는 분명 그리스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다. p.345 하나님은 절멸시키실 목적으로 인간을 만드시지 않았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하나님이 세상을 끝장내신 까닭은 분노하셔서가 아니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