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에 관한 글을 꽤 읽었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살아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주로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그래서 어느 때는 시간을 정해놓고 버리며 정리도 해보고, 또 어느 때는 공간별로 구획을 나누어 정리를 해 보기도 했다. 처음 며칠은 그렇게 할만했고 하니까 좋았다. 그러나 그게 길게 지속되지 않았다. 하다보니 집은 여전히 무겁고 복잡한데 아무리 뒤져보아도 더이상 버릴 것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나름 과감하게 버렸으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진짜 쓰레기 아닌 다음에는 못 버리겠더라. 실제로 살다보면 꼭 필요해 지는 순간이 있는 것들이기도 했고 버리고나면 필요해지기도 해서 함부로 없애기도 어려웠다. 옷이며 그릇이며 책이며 온통 내 공간과 머릿속에 자리잡고 앉아 그 자체로 내게 버겁고 스트레스 였음에도 다 버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일본처럼 지진이 잦은 나라에서는 뭔가를 많이 갖고 살면서 쌓아두는 것이 사는데에 위협이 되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도 않다보니 집에 아무것도 없을 때까지 버리는 건 하기 힘들었다. 내 목표는 집이 모델하우스 처럼 보이는 것이지만 일단 그러기엔 식구 수에 비해 집이 좁고 식구 수에 비례하여 짐은 많고 나혼자 하기엔 힘이 부치는데 다른 식구들은 바빠서 한바탕 정리를 하기엔 도움을 줄 시간이 없었다.그러하다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여기저기 그득그득한 물건들이 내 마음과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는 살림살이들로 인해 나는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쌓고 살 수는 없으니 부정기적으로라도 정리 카페를 기웃거리고 정리에 관한 책을 읽는다. 기웃거림 만으로도 정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어주기는 해서...이 책도 그래서 읽었다. 가볍고 편하게 하루 10분이면 충분하다는 얘기에도 마음이 끌렸다.예전에 해보니 하루 10분이란 이미 정리가 어느 정도 된 상태에서 그것을 유지하는데에 드는 시간이 10분이라는 거였지만. 어쨌든 어느정도 정리를 해놓고 매일 청소할 때 정리도 같이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대로 해봐야겠단 마음을 품고 책을 읽었다.모두 네 파트로 나누어 첫번째 파트에서는 당신이 지금, 정리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두번째 파트는 가볍고 편하게, 하루 10분 정리법. 세번째 파트에선 우리집 2배 넓히는 공간별 정리법. 그리고 네번째 파트는 삶이 괴로운 당신에게 정리를 추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실제 사례들을 들어 이야기해주고 있다.엄청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진 않았다. 내가 그간 정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보다.그러나 밑줄그으면서 다시 마음을 잡아 본 대목들은 많다.p.16 물건을 구입할 때는 공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p.29 현재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살아 있는 물건이 아니다.p.52 정리의 3단계: 1)밖에서 안으로 들어온다. 2)큰 것부터 작은 것을 향해 간다. 3)공간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정리한다.p.55 정리정돈의 기본순서: 모두 꺼내기-->분류-->정리p.69 정리의 대상은 공간이 아니라 물건이다. 공간을 치우는 개념으로 접근한 정리법은 일회용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p.106 얻는 것은 과거이고 잃는 것은 현재... (옛날에 입던 옷을 간직하느라 지금 입는 옷이 옷장에 들어갈 수 없다니)p.111 옷은 걸어야 눈에 들어오고 그래야 한 번이라도 더 입게 된다.그리고 p.114에는 니트를 얇은 옷걸이에 거는 방법이 나와있는데 당장 그렇게 해봐야겠다.자 오늘부터 다시 정리에 도전. 제일 많고 힘들다는 옷정리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