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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브레인 -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음, 김아영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5월
평점 :
“하루에 2600번 스마트폰을 만지는 동안, 우리 뇌의 회로가 변하고 있다!”
책 표지에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말도 안돼. 내가 비록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에 2600번이나 보진 않아!" 라고 항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2600번이나 스마트폰을 만지는 게 가능하기나 해? 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 안에서 내가 보였다.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고 사는 내 모습. 스크린이 꺼지지 않게 아예 들여다보고 사는 내 모습. 휴대전화가 가까이 없으면 몹시 불안해지고 무료해하는 내 모습. 피곤한데도 안 자고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는 내 모습. 자다 깨어서도 확인하는 내 모습. 딱히 할 일이 있거나 볼 것이 있는 게 아닌데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내 모습 등등.
아이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걱정되어 읽은 책이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자신의 중독이 더욱 만만찮은 문제일 것이다.
나는 요즘 책을 읽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책에만 집중하는 것을 못한다. 심지어 재미나게 읽는 도중에도 자꾸만 휴대전화에 한 눈을 판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책을 읽고 있고 반드시 리뷰를 쓰고 있다. 아이들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은 후에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스마트기기의 폐인이 될 것만 같아서 그랬다.
결코 내게 유익하기만 한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어느때부터인가 스마트기기에의 의존성이 높아졌고 중독의 수준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스마트기기는 사용하면 할수록 다른 일들에 대한 흥미와 열심이 사라져갔고 점점 피로해져 갔으며 가장 큰 문제는 이러는 나 자신이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내 의지로는 컨트롤 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며 이제는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그렇게 되어가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에는 이 주제에 대한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 결과와 설문 조사, 심리 실험 결과 등등이 다 소개되어 있는데 이 분야에 경각심을 갖고 있었던 내가 이미 숱하게 들었던 경고들이 많았다. 즉 상당부분은 내가 이미 알던 내용이었다는 것. 그러나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의학자답게 뇌 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서 그 점은 좋았다. 애들을 설득하기에도 좋은 근거가 될 것이며 나자신도 더욱 주의하게 되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의식적인 노력과 사용자제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겠지만.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생들은 대면수업이 아닌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으며 매일 몇시간씩 앞으로도 기약없는 기간동안 이것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등교수업을 시작하긴 했으나 전면 등교수업이 아닌데다 감염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앞에 놓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사용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더욱 엄격히 휴대전화 및 스마트기기의 사용을 자제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다른 여러 방법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은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 안데르스 한센이 썼다. 그는 어느 날, 좀처럼 책에 몰두하지 못하고, 자꾸만 별 이유없이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는 자신을 보며 『인스타 브레인(원제: SKÄRMHJÄRNAN; SCREEN BRAIN)』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과거 인류보다 덜 자게 만들고, 덜 움직이게 만들었으며, 직접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는 시간을 단축시켰는데 아직도 수렵 채집인의 뇌를 갖고 있는 우리는 충분히 자고 싶은 욕구, 몸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를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에 불면증과 우울증의 증가, 청소년들의 집중력 감퇴, 학력 저하, 디지털 치매 등등이 생긴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일상생활에서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 할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총 9장으로 되어있으며 책 내용 중에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소개해 보자면, p.102 휴대전화는 우리의 주의를 끄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으며 이러한 능력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는 것만으로는 멈출 수 없다.
p.107 우리는 옆에 휴대전화나 컴퓨터가 있을 때 학습능력이 저하된다.
p.132 뇌 입장에서 보면 자는 동안에도 깨어 있을 때만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 중 하나가 낮에 쌓인 조각난 단백질 형태의 노폐물을 청소하는 일이다.
p. 135 블루라이트에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눈에는 블루라이트에 강력하게 반응하는 특별한 세포가 있다.
p.154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직접 대면했을 때에는 너무 개인적이라고 여기는 내용을 온라인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세세하게 공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있을 때는 일종의 선을 긋는데다 대화 상대방의 표정과 제스처를 볼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p. 170 뇌의 거울신경세포가 최대한 잘 기능하게 하려면 실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한다.
p. 208 아이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려면 하루에 최소 1시간은 몸을 움직여야 하고 9~12 시간을 자야 하며 휴대전화 사용은 하루에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
p. 227 몸을 쓸 때 정신은 더 잘 작동한다. 우리는 더 집중할 수 있으며 기억을 더 잘하고 스트레스를 더 잘 견뎌낼 수 있다.
p. 233 운동은 우리 시대에 너무도 부족한 집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부록으로 디지털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 수칙이 있는데 최소한 이것만은, 혹은 이것부터라도 당장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참으로 유익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