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판본 오셀로 (양장) - 1622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민애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아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는 주인공이 오셀로가 아니고 이아고였나 싶을 만큼 이아고가 많이 등장하고, 대사가 많고, 활약(?)이 크다. 가만, 알라딘에 나오는 자파 옆을 지키는 얄미운 앵무새 이름도 이아고 아니었던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간질 하고 거짓말을 하고 악행을 부추기고 정직한 척 하는 이아고는 대체 그렇게 함으로써 얻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는 왜 질투를 하고 모략을 일삼고 불신으로 가득했던건지...
타인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다 하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워낙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거렸다. 생각나는 것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그리고 캐시오 뿐이었는데 데스데모나가 너무 불쌍하다고 여겼던 것과 데스데모나라는 이름이 맘에 든다고 생각했던 것은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셀로는 자격지심과 질투심에 무너졌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더스토리에서 1622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으로 셰익스피어 4대비극을 펴냈다. 이 표지가 맘에 들어서 다시 읽은 오셀로.
그래서 읽는 동안 표지를 자주 들여다 봤는데 Written의 W는 W로 인쇄된 한편 William의 W는 VV로 찍혀 있어서 이유가 넘 궁금하다.
Shakespeare의 중간 소문자 s 역시 s처럼 생기지 않았다. 혹시 그 s만 필기체로...?

오셀로는 무어인으로 베니스의 장군이다. 무어인이란 북서 아프리카의 이슬람 교도를 가리키는 영어의 호칭이라 한다. 흑인 혹은 피부색이 검은 등의 묘사와 함께 시커먼 말, 늙고 새카만 숫양과 같은 검은 피부를 비하하는 말들이 나와서 인종차별이라고도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남들은 그를 어떻게 보았든 오셀로는 용맹스럽고 인품도 훌륭한 장군으로 나온다.
그런 오셀로와 베니스 의원의 딸 데스데모나가 서로 사랑하고 결혼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교활한 이아고의 이간질과 거짓말의 함정에 빠져 의심과 불신이 된다. 진실로 사랑했던 거 맞나? 오셀로는 그토록 사랑했다던 데스데모나의 말은 왜 하나도 믿지 못하고 이아고의 말만 철썩같이 믿은 것인가.
오셀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악하거나 어리석거나 이기적이거나 무례해 보였다. 서로의 관계도 어찌나 얄팍한지. 그러나 그들의 모습이 사실은 우리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찔하고 부끄러웠다. 내면을 속속들이 조명하면 내 안에도 이아고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러밴쇼와 캐시오, 로더리고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 덕분에 진실은 밝혀지지만 에밀리아 뿐만 아니라 데스데모나, 오셀로 모두 죽음을 맞는다. 일을 꾸민 이아고는 빼고. 데스데모나는 왜 죽어야 했나. 선하고 진실되어도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 있고 죽는 일도 있음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권선징악은 이상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아니한건가. 그게 셰익스피어 시대에도 그러했는데 지금도 역시 그러한건가.
책 속의 인상깊었던 몇구절
p.96-97 (이아고) ... 마귀가 엄청난 죄를 저지를 때는 처음에는 나처럼 천사의 가면을 쓰겠지. 저 순진한 바보가 데스데모나에게 팔자를 고쳐 달라고 빌고, 데스데모나는 저 무어 놈에게 열심히 청하는 동안 나는 자기 욕정을 채우려고 캐시오의 일을 열심히 부탁한다고 무어의 귀에 독을 들이부어야지. 그녀가 호의를 베풀려고 안간힘을 쓰면 쓸수로 무어 녀석에게 신뢰를 잃겠지. 그런 식으로 데스데모나의 미덕을 시커먼 송진으로 만들고 그녀의 선의로 저들 모두가 걸려들게 할 올가미를 짜는 거야.
p.147 ( 에밀리아)... 무슨 이유가 있어 질투하는 게 아니랍니다. 질투가 나니까 질투하는 거예요. 질투란 스스로 생기고 태어나는 괴물이지요.
p.219 (에밀리아) 당신이 진정 사람이면 이 악마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말해. 마님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당신이 저놈에게 말했다며? 당신이 그런 게 아니잖아. 당신은 그렇게 사악한 인간이 아니야. 말해 봐. 내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
(이아고) 난 그저 내 생각을 들려줬을 뿐. 장군님 스스로가 타당하고 진실이라 깨닫게 된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