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 박제된 역사 뒤 살아 있는 6.25전쟁 이야기
한준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간결하고 내용도 적다. 


저자의 군 경험도 유명한 장교나 장군들 처럼 여러 전역,전투를 겪어본게 아니라 백운산과 지리산에서의 빨치산토벌, 중부전선에서의 전투, 그리고 부상후 보병학교 조교로 전쟁을 마쳤으며
그렇게 많지도 않고 병사가 딱 전쟁기간 겪을 정도의 경험을 했다.
무용담이라 할만한 내용도 없고 전쟁 중 중요한 전투에 참여한것도 아니다. 
후방 빨치산토벌과 전쟁후반 고지전처럼 엄청난 승리나 패배도 아닌 기억도 잘안되는 전투들을 참여했다.

하지만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고 한번쯤 뒤적여볼정도의 의미를 준다 생각한다.
전쟁전까지 어느 사상에 경도되거나 군문에 들어가지않고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징집병으로써 전쟁을 경험한다면 딱 이 책 분량 정도만 느끼고 경험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한다.
수십명의 증언들을 모아둔 책들 만한 연구서적으로서 가치는 없지만 그만큼 개개인이 전쟁서 겪을수있는 경험의 평균을 독자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런 책이야말로 자신도 징집병의 한사람으로 군생활을 해본 한국인에게 더 잘 다가올것이다.

초반의 빨치산 토벌 부분은 낮에는 수색하고 밤에는 잠복하는 빨치산 토벌의 대략적인 전개를 병사시점에서 잘 보여주는 수기라고 생각한다,
토벌대 출신 장교나 빨치산의 회고처럼 자기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호하기보다 징집병으로 어떻게 느끼는지 저자가 직접 말해주는 것같다.
처음 총을 쏴서 사람을 죽였을때의 기억, 간부로 보이는 빨치산의 목을 베라고 지시하는 장교와 이를 따르는 동료, 얼어붙는 산하 속 배고픔과 추위, 인민군 시체를 도로에 본보기로 놔두자 침을 뱉는 지역주민들,

중부전선의 고지전은 이전 빨치산과 싸움보다도 더한 긴장과 더많은 죽음, 엄청난 포성소리와 포격,
노무자들이 지게로 매어온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식사, 소대장과 중대장들이 죽고 교체되고 마치 사람이 갈려나가는 전선. 
저자는 중대가 거의 전멸에 가까운 상태에서도 신앙으로 어떻게는 자신을 유지했는지 보여준다.
참호안에서 무신론자는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부상으로 후송되고 이후 보병학교에 전속됬을때도 혹시 전선으로 언제 다시갈지 몰라 불안해했다 전쟁의 끝나자 기뻐하는 저자는 얼마나 전선이 끔찍한지 알려주는거같다.

이후 후유증, 이명현상과 동상으로 인한 발가락 흔적, 쑤시는 파편상처을 담담히 말하며 끝나는 부분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게 했다.
 어릴때 돌아가셔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등쪽에 총맞은 흉터가 있었고 한번은 직접 보여주신적이 있었다.  
나중 커서 할머니는 전쟁초반(대구 언급하셨으니)에 고지에서 소대가 전멸하는 가운데 도랑에 움크리고 엄폐하다 맞은거라고 하셨는데 할아버지도 평생 후유증을 겪었을지 생각해보게됬다.
직접 아는 지인은 아니지만 굴락카페에 한 회원도 지뢰파편이 몸에 남은것때에 섬유종 생겨서 고생하는 글도 최근 올라왔는데, 전쟁의 상처나 고통은 평생가는 구나 느꼈다.

원래 지형도같은 그림과 함께있는 일기장이 였고 책 마지막에도 그 그림을 찍은 사진이 작게 있던데,
아예 스캔하거나 선따와서 크게 내용과 연관된 부분에 삽화나 일러스트처럼 삽입했으면 좋지않았을까 아쉽다. 

무용담이나 어느 전투를 망라한 책이 아닌 보통사람이 징집되서 전쟁에서 겪는 경험.

애국심보다는 동질감같은게 느껴지는 책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