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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복작복작 -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라정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삼십대 중반 동티모르에서 만난 포르투갈 남자 알베르토를 만나 포르투갈의 알비토에서 아들 보배와 딸 루이지냐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포르투갈 가족이 생기기 전까지 축구스타 호날두와, 에그타르트, 리스본 정도만 알뿐 포르투갈은 한국인여행자에겐 스페인을 거쳐 잠깐 들르는 곳이라고 할만큼 그녀에게도 낯선 나라였다고 한다
한국과 포르투갈 서로 다른 문화 그리고 대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와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알베르토 너무 다를 것 같지만 그들의 일상은 생각보다 공감하는 것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녀가 바라본 포르투갈 알비토의 삶은 마치 동화 속 마을 같다.
읽을수록 난 그 포르투갈 작은 마을에 빠져들었다.
닭장에서 갓 꺼낸 달걀 텃밭채소로 수프를 만들고 사과와 오렌지 레몬은 집 과수원에서 그리고 올리브 오일도 짜서 먹는다 그 맛은 요즘의 대량생산된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그 마을에서 150년 된 젊은 집에서 산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오래된 이란 개념이 무색하게 고조 할아버님이 터를 잡고 집 한켠 벽난로, 증조할머님이 짠 카펫, 40년 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

알비토에는 택배 서비스 그건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보낼 물건이 있으면 남편과 지나가는 동료에게 부탁해서 어떻게든 보낸다고 한다.
최근에 온라인쇼핑과 배달 서비스가 급성장하지만 알비토에서는 먼 얘기란다.
그런데 이런 곳이라면 나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게 동네 빵집과, 집앞 텃밭의 신선한 채소, 과일, 고기와 생선은 매주 토요일 열리는 주말 장터에서, 치즈나 염장 소시지는 실온에 보관하면 된다고 한다. 생치즈나 연성 치즈는 냉장고에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 사서 먹거나 그 외 텃밭과 닭장에서 채소와 계란을 얻는다.
그곳에 냉장고는 어느 집 할것 없이 냉장고가 조그맣고 오래되었다고...
냉장고는 그야말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욕망과 자신의 생활 패턴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에 무척 공감했다
대형마트의 원 플러스 원 상품, 인터넷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것보다 많이 사는 우리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큰 냉장고가 무색하다.
알베르토의 학창시절 일주일에 12시간 수업 주중 하루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남는 시간에 대체 뭘 했어?"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아마 책도 읽고 정원일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 취미활동 같은거."
" 공부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 열심히 했지, 공부하려고 대학교에 간 거였으니까."
그런 알베르토의 말에 여유있게 청소년기를 보낸 시간에 시샘과 부러움을 느꼈단다.
포르투갈도 최근에 점점 더 치열하고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여유를 느낄 수 있고 힘을 빼고 살아가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점도 그 포용하는 정도가 한국보다는 포루투갈에서 더 크다고 느껴졌다고 한다.
왠지 그런 여유로움이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더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이 파편화되지 않게 지켜 주는 버팀목도 중요하다.
알비토에서는 이 버팀목이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다. 모두가 함께 둘러앉을 수 있는 식탁, 있는 그대로 자연과 호흡하며 나누는 먹거리와 와인, 이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랑스러운 가족과 친구, 이웃들, 별로 서두를 필요 없이 재촉하지 않고, 흐르는 대로 매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생활.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이 차분히 쌓여 가는 오래된 집.'
알베르토는 다섯 형제로 같은 마을과 옆 동네에 살며 삼촌, 이모, 사촌들까지 모이면 거대 가족이 된다.
알베르토의 집에 가족이 모인다고 한날 그녀는 괜히 분주해져 마음이 급했지만 남편은 여전히 여유롭다
준비된 건 와인 두 상자 그걸로 충분하다니, 간단히 햄 치즈 와인 등으로 먹고 마시는 동안 하나둘 모여 다섯 가족이 모인 집은 북적북적하다.
하지만 지금은 당황하지 않는단다.
여러 명이 모일 땐 알아서 가족들이 음식을 준비해온다.
1시쯤 시작된 점심이 저녁 8시까지 이어지고 그녀는 아이와 낮잠을 즐기고 아이는 가족들과 어울려 논다. 돌아가기 전 설거지와 테이블 정리 청소까지 각자 알아서 마무리하고 돌아가니 치울 것이 없다.
그렇게 편하게 만남이 이어지니 만나면 즐겁고 헤어질 땐 아쉽단다.
그런 광경이 낯설지만 부럽게 느껴진다. 우리네 가족모임과 너무 다르다. ^^
' 직접 만지고 보고 느낀 것들이 바로 입으로 들어가니 자연스레 하루의 첫 식사를 내어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비단 우리 부모님이나 가족들뿐만 아니라 동네 빵집 아주머니, 마당의 닭들, 다양하고 풍성한 과일을 내주는 나무들에게 마저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p.114
이 글귀가 이 모든 것에 감사함이 묻어나서 좋다.
여름의 맛을 알려주는 별미는 사르디냐 (Sardinha), 정어리라고 5~8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소금 간을 해 그릴에 갓 구운 정어리에 레드와인을 즐긴다.
왠지 우리나라 전어구이 그 맛이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모든집엔 어김없이 레몬나무. 그 레몬을 알차게 즐긴다.
레모네이드, 생선구이, 스테이크, 샐러드, 각종 소스에도
제일 부러운 건 산책길에 상태가 멀쩡한 레몬이 나무 아래 잔뜩 떨어져 있어 그 열매가 아까워 바라보고 있는데 알베르토는 따도 따도 사계절 내내 레몬이 열리기 때문에 아까워할 필요 없다니~ 나의 부러움이 레몬 나무에서 정점을 찍었다 ~~
평생 레몬 부자의 레모네이드 레시피가 있어 꼭 만들어보려 한다.
- 레몬 3개를 반으로 잘라 착즙기에 짜낸다.
- 두세배의 물을 넣고 꿀을 한 스푼 넣어 젓는다.
나도 이렇게 만들어 먹으면 평생 레몬 부자의 그 레몬맛을 느낄 수 있을까?
가을엔 호두, 아몬드가 열리고 여름부터 맛볼 수 있는 사과는 가을에 제일 맛있다고 한다.
알비토의 가을은 풍성하다.
초겨울 무렵 벽난로를 켜고 가족과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자연 속에서 커가는 아이들, 동물들과의 교감, 시골마을 그 그 여느 시골마을보다 특별해 보이는 알비토에 삶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그곳에서 진짜 여유라는 것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기증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