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틈 있는(?) 매력의 추리소설

정신자살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1년 7월

도진기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건 <나를 아는 남자>, <순서의 문제>를 동시에 구매하면서 읽었던 때 부터였다. 사실은 아주 충격적이고 치밀하고 스릴 넘치고 재밌는 그런 추리 소설은 아니었다. 그런데 뭔가 매력이 있고 막 허술한 것 만도 아니다. 마치 프로파일러의 실제 범죄에 관련한 글을 소설로 재구성해서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확실한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다. 

그 후 아주 시간이 흘러서 <가족의 탄생>을 읽은 후부터는 확실히 도진기 작가의 팬이됐다. 도진기 작가의 작품에는 순서가 있는데 그 순서를 굳이 맞춰서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어떤 작품은 시작으로 규정하고 읽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 그 때부터 저절로 순서를 찾아가며 읽게 된다. <가족의 탄생> 을 읽은 이후에 내가 그랬다. 그 순서를 찿아가게 된 것이 <정신자살>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도진기 월드로의 입문이기도 하다. 추리소설 매니아들이 모여있는 미미월드는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도진기 월드는 꽤 매력있었다. <정신자살>이라는 제목은 꼭 눈부시고 멋없는 백열등같이 무미건조하고 끌리지 않는 제목이었지만 읽기 시작하니 놓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본 순서에는 계속 진구란 인물이 중심이었는데 <정신자살>은 <가족의 탄생>에서 본 고진 변호사와 이탁오 박사가 중심이 되는 구도였다. 앞 선 순서의 작품이리라 추측된다. 고진 변호사도 이탁오 박사의 이야기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가족의 탄생> 이 후의 스토리도 무척 기대된다. 

절판된 책들도 재발간되고 전자책도 빨리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