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달래 아리 - 그래서 고양이 집사로 산-다
윤성의 지음 / yeondo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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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울다 웃다 혼자 생쑈를 했다. 1부는 고양이와 여행의 콜라보 챕터라 그냥 뭐 딱 종합선물 세트 같았고, 2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 이야기는, 칼칼한 고양이 한 마리를 모시고 사는 집사로서 공감 또 공감하며 (사실은 막 펑펑 울어가며) 읽었다. 집사라면 박수 치며 공감할 에피소드들이 잔뜩 들었다.
 
달래, 아리, 그리고 삐노 세 남매를 모시고 사는 오빠 혹은 형아, 눈이 흘러내릴 정도로 심한 알러지를 달고 살면서도 고양이 까페를 찾아 다니고, 여행 때마다 고양이들의 외쿡 간식을 선별해 사오는 집사 라이프가 재기 넘치는 문장들에 소복하게 담겼는데, 마냥 유쾌하고 즐겁다가도 문장 한꺼풀 아래 스민 깊은 사랑이 느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저릿하고 몽글거렸다. 이는 필시 고양이를 사랑으로 오래 섬세하게 지켜본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유쾌하게 덤덤하게 서술해나가는 여행 이야기, 일상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보듬는 일의 온기와 무게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문장서도 캐치되는 작가님의 성정상, 불조심 포스터처럼 대놓고 ‘생명은 소중합니다’ 하진 않지만, 충분히 그 무게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 (필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결국 덕후의 진한 사랑고백의 책이니, 읽고 있으면 퍽퍽 떨어지던 인류애 게이지도 서서히 상승된다. 인간만 잘 살겠다고 지지고 볶아봐야 그런 세상 별 볼일 없다는 거 이제 쫌 알 때 됐지 않나. 고양이 소리 내어가며 만드는 비생산적이고 유쾌한 털복숭이들과의 시간을 엿보자. 바삭바삭하게 말라버린 일상이 모처럼 촉촉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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