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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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전라도 사투리로 이어지는 대화가 익숙하지 않아 조금 버벅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그 말맛 때문에 자꾸 웃게 됐다. 무례한 말인데 웃기고, 웃긴데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데 또 이상하게 따뜻했다.

수평마을에 레즈비언 커플 혜진과 성진이 이사를 온다.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그 사실은 윤선생에게 들키고, 기독교인이지만 정작 타인의 고통에는 무감한 윤선생은 이들을 마을에서 쫓아내자며 회의를 소집한다.

늙은 사람들만 남은 마을은 무지하고, 그래서 무례하다. 하지만 정지아는 그들을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 그리지 않는다. 잘 몰라서 상처 주고, 함부로 말하면서도, 어느 순간 반찬으로 마음을 보내고 자기 방식으로 편을 들어준다.

이 소설에서 좋았던 건 그 지점이었다.

차별과 혐오를 가볍게 넘기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악의 하나로만 설명하지 않는 것. 무지와 무례는 분명 아프지만,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조금씩 배우고, 조금씩 마음을 바꾸고, 결국 함께 사는 쪽으로 움직인다.

세상과 소통하기를 포기했던 혜진 역시 수평마을 사람들의 사정을 하나씩 알게 된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윤선생조차 왜 그토록 악착스러운 여자가 되었는지, 그 삶의 이면을 보게 된다.

정지아 작가의 소설이 늘 그렇듯, 『찌니주의보』에도 미워하려고 하면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못 배웠고, 무례하고, 편견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이 소설은 사투리와 농담과 밥상과 반찬 사이에서 보여준다.

수평마을은 완벽하게 열린 공동체는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에서는 무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아주 서툰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레즈비언 커플도, 외국에서 시집온 쑤언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던 혜진도, 각자의 사정과 상처를 가진 노인들도.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처음부터 올바른 말을 아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무지한 자리에서라도 조금씩 마음을 옮겨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찌니주의보』는 유쾌하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았다.
웃다가도 자꾸 마음이 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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