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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서
가산 카나파니 지음, 윤희환 옮김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록된 두 편,
「슬픈 오렌지의 땅」과 「네가 한 마리의 말이라면」을 읽었다.
「슬픈 오렌지의 땅」은
순식간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손에 쥔 오렌지는 고향의 상징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마저 말라간다.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장소를 잃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였는지 설명해주던 세계 전체가 무너지는 일임을 느꼈다.
“신도 난민이 되었다”는 감각은 오래 남았다.
믿을 수 있는 모든 것이 함께 떠밀려가는 세계.
그 절망이 너무 선명해서 쉽게 넘길 수 없었다.
「네가 한 마리의 말이라면」은
미신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읽고 나면 인간이 두려움에 붙들릴 때
얼마나 어리석고도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두 편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두 삶의 기반이 무너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고향을 잃은 사람,
믿음을 잃은 사람,
두려움 때문에 사랑해야 할 존재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이 책의 나머지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졌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서사를
정치적 구호나 외교적 수사 이전에
한 인간의 상실과 절망, 그리고 존재의 조건으로 마주하게 하는 소설.
복간되어 다시 읽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끝까지 읽고, 더 오래 생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