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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오래 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알고 있던 말이지만,
문득, 가슴에 사무치게 하는 책이 있다.
문학동네 서평단으로 먼저 만나게 된
은희경의 신작 《시간의 감촉》이 그러했다.
《새의 선물》, 《빛의 과거》를 잇는
은희경의 시간 3부작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소설의 중심에는 예순다섯 살이 된 두 자매,
안나와 경선이 있다.
현재 그들은 어린 시절처럼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서로를 미워하지도 않는 사이.
그저 각자의 삶을 살며 멀어져 있던 두 사람은
수술과 간병, 손녀 돌봄을 계기로
다시 서로의 시간 안으로 들어간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건
자매의 관계를 쉽게 화해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오래된 기억이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내가 안다고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얼마나 낯선 존재였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고, 관계에 남고,
어느 날 문득 다른 감촉으로 되돌아온다.
그때는 상처였던 일이
나중에는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기도 하고,
그때는 몰랐던 마음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른 의미가 되어 겨우 만져지기도 한다.
《시간의 감촉》은
나이 듦에 관한 소설이면서,
오래된 관계를 다시 읽는 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첫’일 수 있다는 걸
조용히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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