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대문을 열면
허은미 지음, 한지선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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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T가 되어가는 요즘 ^^; 떠올리면 감성촉촉해지는 어린 시절 기억은 잘 하지 않고 현재만 살기 바쁘다. 이 그림책은 누구나 품고 있는 어린시절 집의 기억으로 이끈다. 책의 배경은 7,80년대 서울의 동네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좁은 골목 길, 언덕 위 파란 대문에 살던 꼬마의 어릴 적 살던 동네와 집의 풍경이 생생히 그려져 있는데, 책에서 아이의 가족은 재개발로 인해 결국 살던 집을 떠나게 된다.

실제로 서울은 재개발, 재건축으로 어릴 때 기억하던 장소와 공간이 그대로인 경우가 드물다. 아파트키즈인 나는 어릴 때 살던 아파트가 그대로 남아있긴 하지만. 가끔 그리울 때 로드뷰를 한참 들여다보곤 하는데, 놀이터는 주차장으로 변해있고, 집 앞 상가들도 모습이 많이 변했다. 입시학원을 다니던 홍대 앞 미술학원 거리도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 자주 가던 분식집이 그리워서 찾아봤더니 아예 신축건물이 들어서서 실망했다는. 아무튼 이 책과 감성의 결은 좀 다르지만 나에게도 어릴 적 살던 곳을 그리워하는 무의식과 정서가 여전히 깃들어 있다. 언젠가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책에서 감동스러운 부분은 의외로 마지막 장이다. 파란 대문 집에 살던 꼬마가 어른이 되어 창 밖으로 고층 아파트가 보이는 거실에 앉아 있는 풍경. 아파트 발코니에 어릴 적 파란 대문 집을 꾸미던 그 보라색 나팔꽃 화분이 만개해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애틋한 그림 한 장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곁에 간직한 여인의 뒷모습에서 쓸쓸함과 충만함 둘 다 느껴진다. 너무도 익숙한 어른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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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산책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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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던 이유는 우리 스튜디오의 진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지의 세계에 있는 상상 속 인물의 행복을 기원하며 가치를 그려내는 직업.“ 우리가 하는 일이다.”

종킴디자인 스튜디오는 지난 7년동안 234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책은 쉼 없이 돌아갔을 종킴스튜디오의 공간 디자인 사례를 브랜딩, 사무실, SI, 상업공간, 전시로 분류하여 담았다.
책에는 매 프로젝트마다 겪게 되는 고민과 연구. 이를 실행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김종완 대표의 일과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요즘 좋은 공간이 많은 것 같다. ‘서두에서 요즘 사람들은 안목이 상향평준화 되어 태어날 때부터 예쁜 게 어떤 것인지 본능적으로 안다’. 는 말에 공감한다. 동네 카페에만 가보아도 섬세하게 공들이고 신경 써 만든 독창적인 공간이 많으니, 갈 수록 일반 소비자의 눈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 나의 경우 두 번째 직장을 매우 좋은 장소와 공간에서 일했던 터라 공간이 주는 힘을 믿는다. 치밀하게 좋은 공간은 머무는 것만으로 힘을 준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공간이 주는 악영향과 스트레스도 잘 알기에 공간 디자인영역은 삶의 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개발되어야 할 분야라 생각한다. (저자가 바쁜 와중에 책을 쓰는 이유도 이 분야의 가치가 더 합당한 보상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 있다. )

종킴스튜디오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공간이 더 나은 곳이 되어 사람들에게 행복이라는 감정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하우를 쌓았다. 종킴이 보여주는 공간은 이곳을 누릴 사람들의 미래까지 예측해 만든 시나리오와 설계도를 실제로 구현시킨다. 재료 하나, 마감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다. 극도로 디테일한 작업이다. 머릿 속에 있는 무형의 아이디어를 실존하는 현실로 뚝딱 만들어내는 공간 디자이너는 참 멋진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설계도면은 AI가 그려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만이 궁극의 기획 능력은 AI에게 밀리지 않고 살아 남을 것이다. 계속해서 종킴디자인스튜디오가 보여줄 새로운 공간이 기대 된다. 풍요로운 미감의 공간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청춘과 중년, 노년을 위한 세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며 인생의 단계에 대해 더 밀도 있게 고민하게 되었다. 모든 이들이 가진 ‘자기만의 생’에 존중과 경의를 표하게 됐다. 일적으로는 종킴디자인스튜디오가 표방하는 ‘다양성’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p.141

“사용자의 마음을 얻고 그 마음을 직접적으로 전달까지 받았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 기쁨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되기도 한다. 각자 맡은 일을 하며 미래를 그리고, 성장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공간의 아이템을 선정하고 조명도까지 일일이 체크했던 시간은 나에게도 소중한 순간이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공간 디자인에 임한다. 이번에도 좋은 선물을 전한 것 같아 뿌듯하다.”
p.157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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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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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림책 리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성인의 입장에서 그림책은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로 다가오기 때문에. 작가가 분명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거란 생각에 그림책에 담긴 숨은 뜻을 찾아보려 애쓰게 된다. 이 작품은 특히 그랬다. 스웨덴의 그림책 작가 엠마 아드보게의 작품인 책은 북유럽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화풍으로 어린 시절 학교 배경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들은 학교 체육관 뒤편에 땅이 움푹 파인 곳, 구덩이에서 논다. 선생님, 어른들은 위험하다고 가지 못하게 하는 금단의 곳. 그래서 그럴까? 아이들은 더욱 구덩이에 심취한다. 별 거 없이도 참 재밌게 놀던 어린 시절. 놀이터에만 나가도 탈출놀이, 신발던지기, 술래잡기 등등 하루 온종일을 보낼 만큼 잘도 놀았다. 하지 말라는 건 더 열심히 했다. 학교 정문을 두고 괜히 담을 넘어다니는 일탈을 한다던가, 어른들은 가지 말라는 지름길을 굳이 찾아내 다닌다거나. 모험적이었다. 정형화된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도 자유로운 아이들. 분명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우리 고양이 봄이도 그렇다. ㅎㅎ 아기고양이 시절은 걸레받이 뜯고 싱크대 밑에도 들어가던 우리 봄이. 이제 너무 얌전해져 영혼을 담아 장난감을 흔들어도 시큰둥)

놀다가 다치기도 한다. 무릎에 피가 나고, 커다란 밴드를 붙이고 친구들의 주목을 받는다. 어느 덧 상처는 아물고 딱지가 지고 새 살이 돋는다. 작가는 구덩이와 딱지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삶의 은유를 불러 일으킨다. 구덩이는 모험, 딱지는 실패 후 재생. 우리는 모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용기를 얻는다. 실패의 경험은 우리에게 단단한 내공을 준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의연하게 털고 일어선다. 어쩌면 오랫동안 잃어버렸을지 모를 구덩이와 딱지의 경험. 작가는 두려움 없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두 권의 책을 천천히 음미하고 나니 어쩐지 작은 용기가 생기는 기분이다.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뭉끄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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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다 타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나우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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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잘 나가던 죽 가게 사장 마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삶의 회의를 느낀다. 이른바 번아웃 증상.
인생 뭐 있어? 쿨하고 가볍게 살고 싶어도 사실 뭐가 많은 게 우리네 인생인거죠. 마음을 심하게 앓던 마녀는 붙잡고 있던 죽 가게도 접고 이리 저리 떠도는 삶을 살다가 자연 근처 새 터전에 자리 잡게 되고, 이 책은 번아웃을 이겨내려는 과정을 판타지스럽게 그려낸 에세이와 픽션을 결합한 에픽이다. 책 속에서 마녀가 집착하는 죽 끓이기는 우리 저마다 매달린 일 또는 마음을 빼앗긴,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무엇일 거다. 바쁘게 사는 게 미덕이라며 너도 나도 갓생을 살길 바라는 평범한 우리네 삶에도 어느 순간 왜?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하는 근원적인 물음과 회의가 찾아온다. 인생을 사는 누구든 적든 크든 생을 앓는 법. 가을이면 자연의 순리대로 낙하하는 과일 감은 말한다.

📝“내 가치는 내가 살아 존재했다가 사라지고, 다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충분해.”

마녀가 오랜 방랑의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에는 감뿐만 아니라 농어, 지네, 민들레 등의 다양한 생물이 의인화 되어 마녀에게 말을 건다. 힘들어하는 마녀에게 이들은 각자의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든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욕심 많은 인간만이 주어진 현실을 못마땅해하고 버거워할 뿐.

마녀는 끝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정답은 모르지만, 스스로를 챙기며 보듬는 법을 차츰 알아가고 언젠가는 조금씩 마음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힘들었던 이야기도 이렇게 귀엽게 표현해 들려주는 거 보면 마녀는 이제 괜찮은가 보다.
무조건 힘내라는 가식적인 응원의 메시지보다 묵묵한 공감을 전하는 책. 덕분에 나도 위로를 얻었다.

📝“거기서 끓어오른 것이니 거기서 해결해. 다른 누구도, 어떤 장소도, 어떤 약초도, 어떤 형상도 아닌 오직 거기 있는 너만이 할 수 있어.
내 마음의 뿌리, 단 하나의 진짜 나.”

📝“토닭도닭. 오늘도 죽 쑤는 하루지만 함께 살아냅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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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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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낯선 새 학년, 새 학기.
새 교실에 모인 새로운 친구들,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아 가기도 전에 친구들이 이상한 애라고 쑥덕이는 아이가 있다.
아저씨 같은 이름을 지닌 문병욱이 바로 그런 아이.
병욱이는 늘 상 주머니의 손을 놓고 다니고 말 수도 적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그런 병욱이를 친구들은 바보, 이상한 애라고 멀리 하지만,

예지에게 병욱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예지는 편견 없이 자기만의 눈으로 친구를 바라봐주는 유일한 아이.
예지의 열린 마음, 소신있는 태도는 직접 겪지 않은 소문으로 친구를 판단하지 않는다.
자기가 직접 겪고, 보고, 마음가는 대로 믿고.
그렇게 다른 아이들이 따돌리는 병욱에게 한 걸음씩 다가간다.

미술 시간에 친구 얼굴 그리기를 하게 되는데,
병욱은 예지가 고마웠을까? 병욱이 예지를 똑 닮고도 예쁘고 정성있게 그려준다.
예지는 그 그림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예지의 용기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번져 하나 둘 편견을 벗고 병욱과 친구가 된다.

모두가 같은 편견으로 똘똘 뭉친 무리 중에서 한 아이만이 유일하게 자기만의 생각과
시선을 믿고 행동했을 때. 남 다른 그 작은 용기가 큰 변화를 일으킨다.
차츰차츰 딱 한 걸음씩 모여 교실의 풍경이 달라졌다.
하교 길에 힘차게 페달을 굴리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병욱이가 더는 외로워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어디에나 있는 외로운 별에게 손을 내민 예지처럼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디딘다면? ☀️

#문학동네그림책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뭉끄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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