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문,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
최재봉 지음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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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신문 한 켠 문학 관련 기사에서 그의 이름을 처음 보았다. 어떤 책을 추천하는 글이었는데 짧게 인용된 글귀가 당시 힘들던 내 마음을 토닥여주는 듯해 그 책을 바로 사러 갔던 기억이 난다. 이후 문학뿐 아니라 문화 관련 기사에서도 그의 글을 접할 수 있었는데 기자의 이름 또한 특이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30여 년간 문학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문학을 탐구하던 최재봉 기자는 정년을 앞두고 신문사의 제안으로 칼럼 연재를 한다. <탐문,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에는 오랜 세월 문학을 탐닉하며 탐문했던 그의 결실이 담겨 있다. 문학을 통해 즐겁고 행복했던 경험과 더불어 문학 이면의 비밀을 파고든 글들이 주를 이룬다.


잘 알려진 유명 작가들의 문학작품들의 제목에 얽힌 에피소드가 가장 눈에 띈다. 총의 노래가 될 뻔했던 김훈의 '하얼빈', '살인 당나귀'로 남을 뻔한 박범신의 '은교', 원제는 '이웃집 혁명전사'였던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니 해당 작품들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문학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직접 취재하고 연구한 만큼 그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그러면서도 직업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을 잘 벼려 독자들이 문학 작품을 그저 수용하는 것이 아닌 비판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이 또다시 늘어났다. 문학에 애정이 깊고 직업인으로서도 오랜 시간 성실했던 그였기에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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