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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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일본 서점 대상 후보작이었던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판타지 소설 <이 책을 훔치는 자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책을 훔치는 자는'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저주문의 앞구절로, 각 장의 제목이 이 구절과 합쳐져 하나의 저주문이 완성된다.


책으로 유명한 요무나가 마을 그 중심엔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으로 이뤄진 거대한 서고 '미쿠라관'이 있었다. 이곳은 과거엔 요무나가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찾은 적 있을만큼 마을의 명소였으나 이제는 폐쇄되어 오직 가족들만 드나드는 곳이 되었다.


미쿠라관을 세운 증조 할아버지 미쿠라 가이치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린 책 수집가이자 평론가였다. 집안 대대로 책을 사랑하고 '미쿠라관'을 보존하기 위해 애써온 미쿠라네 가족. 이런 집안 내력을 거스르고 증조녀 미쿠라 미후유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미쿠라관'에도 출입을 꺼렸던 미후유는 어느 날 아빠의 교통사고로 하는 수 없이 서고를 맡고 있던 고모를 돕기 위해 미쿠라관으로 향한다. 가족 외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에서 '마시로'라는 의문의 소녀를 만나게 되고 두 소녀는 책 속 이야기 세계로 들어가 모험을 시작한다.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이 판타지 소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전철 밖을 흐르는 풍경, 사람들로 북적이는 꼬치구이 가게의 풍경 등 생생하고도 정겨운 묘사들은 마치 영화처럼 와닿았다.


초반에 등장하는 친숙한 한국인 캐릭터 '지훈'의 등장은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함을 더해주는데 이 또한 몰입의 작은 재미를 더해주었다. 특히나 어릴 적 경험으로 독서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고 있던 주인공의 성장담은 성인층 뿐 아니라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설로 가닿을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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