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시네마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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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가 <나와 춤을> 이후 오랜만에 단편소설집을 출간했다. 아련한 분위기의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표지 <육교 시네마>.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반전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온다 리쿠 소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작품을 통해 끝없이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점이다. 예전 작품에서 이어지는 소설을 쓰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기존 작품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스핀 오프작을 선보이기도 한다.


단편소설집 <육교 시네마>에는 그런 온다 리쿠 작품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느 육교에 오르면 눈앞에 거대한 스크린이 펼쳐지고, 영화처럼 흐르는 소중한 추억을 마주하게 된다는 도시 전설을 그린 표제작 <육교 시네마를 비롯해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SF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단편집은 초콜릿 상자와 닮은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하나이지만, 각기 맛도 모양도 다양하죠. 어떤 건 좀 이상하기도 하고요. 부디 각각의 맛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무언가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온다 리쿠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저자가 직접 밝혔듯 이번 단편소설집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늦은 밤 읽다가 섬뜩한 느낌에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며 상상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그동안 단편집은 많이 읽지 않았는데 온다 리쿠의 작품을 통해 단편소설의 매력을 새로이 느낄 수 있었다.


다채로운 초콜릿 상자 같은 단편소설들 중에 특히 마음에 든 이야기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테마로 한 <철길 옆집>과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오마주 작품 <측은>. 원작이 궁금해 찾아보기도 하고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아가다 보니 더딘 속도로 읽었지만 그만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온다 리쿠는 책의 말미에서 각 단편소설들의 집필 배경을 들려준다. 그저 지나칠 수 있을 법한 대상을 눈여겨보고 거기서 나아가 상상력을 발휘해 하나의 짤막한 이야기로 표현하는 그녀의 능력은 정말 매력적이다.


점점 진화하는 온다 리쿠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단편소설 <육교 시네마>. 그녀의 초기작을 애정하는 팬들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30여 년을 글쟁이로 살아온 작가는 평소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며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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